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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간호대학] 김지혜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06-16 오전 10:13:16

　처음 학교 게시판에서 제23차 국제간호협의회(ICN) 총회에 관한 공지사항을 봤을 때,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수업과 실습을 잠시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참가신청을 했다.

　하지만 총회에 다녀온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공부할 것이 많고, 나아갈 길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던 뜻깊은 여정이었다.

　우선 5월 22일 오후 타이베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총회 개회식에서의 감동이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이 컸다. 참가국 퍼레이드에서 `코리아'가 호명될 때 한복을 입고 등장했던 한국대표단의 모습은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태극부채를 흔들며 환호하던 그 당시의 나는 더 이상 여행생각만 하며 한국을 떠나올 때의 내 자신이 아니었다. 간호가 예술이며 과학이라는 기본철학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어설픈 간호학생이었던 내가 미래의 간호사로, 더 나아가 앞으로 세계 간호계의 리더를 꿈꾸는 한 사람으로서 그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간호를 공부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뿌듯하고 뭉클해졌다.

　우리가 참여했던 세계간호학생대회에서는 문화적 차이에 따른 간호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토의하고, 각 나라 학교의 실습제도와 커리큘럼에 대해 발표하며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모두 학생이라서 그런지 간호를 어떻게 배워나가야 하며 다른 나라 친구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인 화제로 삼았다. 캐나다와 영국 친구로부터 장학금제도가 잘 되어 있다는 말을 들으며 부러워하고,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의 공부만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채워보리라 하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학생대회 내내 강대국 참가자들의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영어권 학생들이 거의 토의순서 전체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아시아권 문화에 대해 얘기해보자는 제의가 있었지만, 영어가 부족하여 용기 있게 발표하지 못했던 자신을 채찍질할 수밖에 없었다.

　타이완의 문화체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된 또 다른 학생모임도 있었다. 야시장이나 단쉐강변에 가서 함께 여러 가지를 구경하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 다른 점 등을 서로 나누며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를 기꺼이 안내해주며 함께 즐기는 타이완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너무 고마웠다. 타이완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을 위해 치밀하게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렇게 며칠을 함께 보내고 나니 정이 들어 마지막 날에는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으며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 않고 지하철 안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며 헤어지기도 했다.

　총회 폐회식에서는 새 회장이 임명되면서 상징의 목걸이를 전달하는 순서가 인상적이었고, ICN 이사로 선출된 김의숙 대한간호협회장이 단상 위에 당당히 오르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간호의 새로운 막이 오르는 역사적인 순간에 마치 나 자신이 기여라도 한 양 뭉클했고,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총회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앞으로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느꼈으며, 간호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힘이 났다.

　사실 나는 임상에서 25년 가까이 일해오신 어머니를 통해 간호사가 얼마나 힘든 직업인지 눈으로 봐왔고,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간호사가 그리 존경받거나 명예로운 직업으로 인정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간호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다. 더러는 후회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ICN 총회를 통해 자랑스러운 간호사 선배님들의 멋지고 존경스러운 모습들을 직접 볼 수 있었고, 임상을 비롯한 다양한 간호의 전문분야에 대해서도 훨씬 잘 알게 되었다.

　이젠 사람들의 시선과 인식에 신경 쓰지 않고 매력적인 간호에 푹 빠져봐야겠다. ICN 총회에 다녀오고 난 후 난 무척 달라져 있다. 철없는 학생에서 간호를 사랑하는 학생, 참된 간호사가 되기를 소망하는 학생으로 말이다.

김 지 혜(연대 간호대학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