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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안산병원] 이은하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06-16 오전 10:11:19

　초등학교시절 소풍날을 정해놓고 나면 그날은 어김없이 비가 내렸던 기억이 난다. 행여 개원 20주년 기념 등반대회 날도 그때처럼 `비라도 내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내 간절한 마음을 하늘이 알았던지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화창한 토요일 오후. 설레는 가슴을 안고 수리산 지하철역사를 빠져나왔을 때 우리들을 맞아주는 것은 빨간 모자를 쓴 한 무리의 병원 식구들이었다. 평소 원내에서 만나면 외면하고 지나가기를 수없이 반복하던 이들도 병원 밖에서 만나니 모두가 반가워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모든 행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행운권을 받아 주머니 깊숙이 보관하고서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이 중반에 이르렀을 때 뒤처지는 사람, 앞서가는 사람, 그리고 험한 곳을 오를 때 뒷사람의 손을 끌어주는 사람 등등 모두의 모습이 나에게는 참으로 정겹고 아름다워 보였다.

　산 중턱에 닿아 간단하게 준비해온 음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이 또한 산을 오르는 즐거움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쉬는 즐거움은 잠시, 아직 갈 길이 멀기에 우리의 산행은 계속됐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몇 번인가 지나자 우리 앞에 두갈래 길이 나타났다. 이 길이 원만한 산행이 될지 힘든 산행이 될지를 결정하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우리 일행은 등산로가 아닌 길을 선택하게 됐다. 가파른 산을 내려오면서는 등산로가 아닌 줄 알면서도 이미 지나온 길이 너무 멀기에 발길을 되돌리지 못하고 선두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고생끝에 산행을 마치고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면 지금도 그때 기억에 웃음이 절로 지어진다.

　하산 후에 숯불에 구워 먹던 돼지고기의 맛은 그날의 고단함을 싹 날려 버릴 정도로 좋았다. 산을 내려오고 나서 사람들은 등산로가 너무 좋았다면서 모두들 입을 모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은 여러 갈래였으나 단 한사람의 낙오자나 다친 사람 없이 모두가 등산을 끝냈다는 것이다.

　이처럼 코스는 틀려도 하나의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바로 등산 같다. 병원생활에서도 서로 일하는 팀은 다르지만 모두가 환자를 사랑하는 한 마음으로 일한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웃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 기회에는 더 많은 병원 직원들이 등반대회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이 은 하(고대안산병원 주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