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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병원] 곽나영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06-16 오전 10:14:54

곽 나 영(성모병원 신경외과중환자실)

　4년간 간호학과를 다니면서, 그리고 2주 동안 병원 근무를 하면서 느낀 점은 간호사는 다른 어떤 직업인보다도 낮은 자를 접하고 그 낮은 자를 사랑하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는 가톨릭대 성모병원 신경외과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학생때 실습을 하면서 내 가슴을 가장 많이 울렸던 곳이 바로 신경외과다. 뇌손상을 입어 하루아침에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가장 사랑하는 가족마저도 알아보지 못하는 환우들을 볼 때마다 차마 눈물을 보일 수 없었지만, 가슴으로는 항상 울고 있었다.
　생계를 위해 공사장에서 일하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가족들도 알아보지 못하게 된 환자,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하루아침에 한글도 읽을 수 없게 된 선생님, 그리고 그런 환우들이 회복되기만을 빌면서 일어나라고, 사랑한다고 외치는 가족들.
　그렇게 내 가슴을 너무 아프게 했던 곳이 바로 신경외과였기 때문에 이곳에서 근무하게 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실습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고 느꼈던 곳 또한 신경외과였기에 자연스럽게 내 간호사 생활이 이곳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환우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너무 적다. 그동안은 일을 배우느라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어 그분들에게 따뜻한 눈빛 한번 보내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주 동안 근무하면서 깨달은 것은 만약 바쁘고 여유가 없다고 해서 간호를 하루 8시간 동안 해야 하는 `일'이라고만 여긴다면 난 간호사가 아닌 단순한 로봇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나는 앞으로 펼쳐질 간호사로서의 삶을 `일'이라는 한단어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 낮은 자를 위해 존재하는 큰 사명감을 가진 간호사, 내가 가진 사랑과 열정으로 그들을 대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 단지 기술 습득만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좀 더 나은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 공부하고 싶다.
　어쩌면 힘든 날도 많고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날도 많을지 모른다. 하지만 간호사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출발점에서 갖게 된 이 마음이 내가 딜레마에 빠져 고민할 때나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나를 일으켜 주리라 믿는다.
　언젠가 뒤돌아봤을 때 아픈 이들에게 사랑을 전했던 간호사로서의 내 삶이 뿌듯함과 보람 그 자체로 회상되길 바란다. 오늘도 내일도 환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