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Home / 간호문학상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인쇄
제39회 간호문학상 - 수필 가작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8-12-19 오전 09:15:16

토마토

양세진 (전북대 4학년)

 

졸업을 앞둔 나는 서울로 취업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동시에 어머니는 내가 떠난 후 혼자 있을 시간을 준비 중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는 실습조원들과 방문간호 실습을 위해 전주 근교 두억마을에 가게 되었다. 마을은 고요했고 넉넉한 사람의 별장처럼 보였다. 우리는 마을회관에서 계획을 짜기로 했다. 아침 10시, 하늘은 공허한 푸른색이다. 마을회관의 문이 열렸고 할머니 한 분이 우리를 흘낏 보더니 덤덤한 표정으로 방 모퉁이에 누우셨다. 우리가 반갑게 인사를 하여도 할머니는 힘없이 대답을 하였다. 혈압과 혈당을 측정하는 것으로 우리의 일은 시작되었다. 혈압은 정상이었지만 혈당이 문제였다. 높은 혈당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할머니의 식습관에 대해 물어보았다. 할머니는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드시고 이른 점심을 주전부리로 때운다고 하셨다. 딸이 둘이나 있지만 집을 별장처럼 여겨 여유시간에 잠깐 들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다고 하셨다. 우리와 대화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점점 얼굴에 온기가 돌고 웃기도 하셨다. 순간 나는 마을입구 앞에 서 있는 당산나무가 생각이 났다. 마을 앞에 우뚝 서 있는 당산나무 밑에 마을 사람들은 그늘 안에서 뜨거운 햇빛을 피해 쉬기도 하고 동네 소식들도 주고받는 공간으로 넉넉해보였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그 큰 가지와 잎을 키우면서 혼자 견뎌냈을 외로움의 아픔도 나는 봤다. 다음날은 할머니의 집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할머니가 부스스한 모습으로 문을 열어주었고 허공을 짖어대던 개들이 반겨주었다. 혼자 사시는 집이 덧없이 넓은 집이라 생각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 텔레비전 소리만 적적한 공간을 달래주고 있었다. 우리는 할머니를 둘러싸고 다시 혈압과 혈당을 측정했다. 보다 자세히 생활습관에 대해 물어봤고 우리는 불규칙한 식습관과 당뇨문제에 대한 중재를 하기로 결정했다.

 

간호학과에 진학하며 간호학의 전문성에 대한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다. 의학과 간호학의 차이에 대해서 구분할 수 없었고 간호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강의 중 ‘간호학은 질병상태에 따른 인간의 반응을 연구하는 인본주의 학문이다’라는 교수님의 말을 듣고 알 수 있었다. 간호학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기에 전문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할머니를 위한 진정한 간호는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나는 자꾸만 사람냄새를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표정이 눈에 밟혔다.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겨버린 할머니의 외로움이 당산나무와 닮았었다.

 

건강문제와 외로움,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하기 위해 조원들과 상의 끝에 할머니 집에 가서 당뇨식단을 차려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우리는 재료를 사서 할머니 집으로 갔다. 주방은 오랜만에 사람의 손길로 가득 찼다. 할머니는 이곳저곳에서 숨은 재료들을 꺼내주셨고 우리는 나물을 무치고 심심하게 국을 끓였다. 저염분 식단으로 상을 차려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시작했다. 할머니는 많이 즐거워하시고 들뜬 기분이셨다. 식사를 마치고 집을 나서기 전에 할머니께 인사를 하는데 마당에 손수 기른 토마토를 살며시 손에 쥐어주셨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할머니에게 ‘추억’이라는 단어는 참 낯설다. 죽음을 앞둔 나이에 새로운 추억을 간직하려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까. 추억을 말하는 할머니의 표정은 첫 꽃잎을 여는 아침 꽃 같았다. 할머니의 추억은 남은 삶에 잔잔히 스며들어 평생을 같이 할 외로움을 견디게 해줄 것이다. 할머니의 인사가 내내 귓가에 맴돌았다. 간호하는 데 있어서 질병을 치유하는 것만큼 외로움을 같이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외로움을 간호하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저녁나절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반가워하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주말에 같이 노을구경 가실래요?”

내가 취업해서 떠나면 어머니가 혼자 견딜 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알았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같이 있는 것처럼 나는 아침, 저녁으로 전화를 드리고 계속 새로운 추억을 쌓을 것이다. 할머니가 손에 쥐어준 토마토가 고운 노을빛으로 온 몸을 따뜻하게 했다.

  • 한림대 간호대학원
  • 경희대
  • 중앙대 건강간호대학원
  • 아주대 대학원
  • 듀스펙
  • 케이지에듀원
  • 박문각 신희원
간호사신문
대한간호협회 서울시 중구 동호로 314 우)04615TEL : (02)2260-2571
등록번호 : 서울아00844등록일자 : 2009년 4월 22일발행일자 : 2000년 10월 4일발행·편집인 : 신경림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경림
Copyright(c) 2016 All rights reserved. contact news@koreanurse.or.k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