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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간호문학상 - 소설 가작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8-12-19 오전 09:16:12

방정식

김아현(동국대 3학년)

 

성공의 척도는 행복의 정도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A는 그 이야기를 믿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A는 살면서 단 한 번도 행복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A는 자신이 처절하게 실패한 인간임을 인정하며 살았다.

A는 불행한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는 모임인 ‘나라카’에 면접을 보러 가기로 했다. 나라카의 회원이 되면 불행한 삶에 대한 인정, 위로, 동정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감격스런 자격이 주어졌다.

나라카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면접을 통과해야 했다. 자신의 불행한 삶에 대해 말하고 불행에 대한 증거물을 제출하는 게 면접의 진행방식이었다. 지원자들의 사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면접은 1:1로 진행되었다.

 

“어머니는 저를 낳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는 저를 원망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아버지가 쿵쾅거리며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저를 돌보던 유모가 아버지를 막자 아버지는 유모를 밀쳤습니다. 그때 유모는 머리를 다쳐 식물인간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그 죄로 감옥에 들어갔습니다. 그 이후 제게 돌아온 것은 아버지가 감옥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유모를 한 순간에 잃은 저는 고아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고아원의 원장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티가 나지 않게 아이들을 학대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법적으로 성인이 되어 고아원에서 쫓겨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원장은 저를 따로 불러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거냐고 상냥하게 물었습니다. 그가 고아원생들에게 상냥하게 굴 때는 돌이킬 수 없이 나쁜 짓을 하기 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곧바로 도망치려 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습니다. 저는 생면부지의 남자들에게 끌려갔습니다. 그들은 저에게 몸 파는 일을 폭력으로 강요했습니다. 죽기 직전까지 구타당한 뒤 굴복한 제가 맞이해야만 했던 첫 번째 손님은 고아원 원장이었습니다.

비참하게 창녀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다가 딱 한 번 생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경찰서로 달려가 원장의 악행을 실토했습니다. 원장은 급하게 경찰서에 달려와 눈물을 흘리며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제가 원장에게 앙심을 품고 돈을 뜯어내기 위해 이런 짓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원장을 처벌하는 것이었지만 무고죄와 관련된 혐의를 가지지 않고 풀려나는 것을 감사하게 여겨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경찰서에서 나온 후 저는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길을 가다 탈수와 영양실조로 쓰러졌습니다. 구급차에 실려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가게 되었는데 그때 저는 온갖 자잘한 성병은 물론 에이즈까지 평생 달고 살아야하는 환자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쪽 얼굴과 눈은 병원에서 나오는 길에 벽돌로 얻어맞아서 그런 겁니다. 아까 저희 아버지를 말리다 식물인간이 된 유모 이야기를 했었지요. 그 유모에게는 친딸이 있었습니다. 딸은 유모가 식물인간이 된 원인으로 저를 탓했습니다. 딸은 저를 찾아 헤매다 기회를 잡고 벽돌로 몇 번이나 제 얼굴을 내려쳤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병원으로 실려가야했습니다. 긴급한 처치는 했으나 뭉개진 얼굴과 눈은 복구할 수 없었습니다.

원장과 성매매 관련자들이 저를 잡으러 왔었습니다. 그들은 제 얼굴을 보고는 그냥 버리는 게 낫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떠났습니다.

이후 저는 별다르지 않은 불행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가 나라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면접을 보러오게 된 것입니다.”

 

A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마쳤다.

“믿을 수가 없군요.”

면접관의 말을 들은 A는 가져왔던 증거물을 내밀었다. A는 믿기 힘들 수는 있어도 모두 실제로 자신의 삶에 일어났던 일이라고 말하며 증거물들이 면접관에게 잘 보이도록 펼치려 했다. 면접관은 굳이 증거물을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제 말은 그 말이 아닙니다.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믿을 수 없다는 게 아니라고요. 제 말은…… 당신이 고작 그 정도의 불행으로 당당하게 면접을 보러 온 게 믿을 수 없다는 겁니다.”

A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면접관은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

“당신 이야기는 다른 지원자들에 비하면 귀여운 정도입니다. 그걸 감히 불행이라 불러도 되는지 의문을 가지게 하는 수준이란 말입니다. 당신이 나라카에 면접을 보러올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웃깁니다.”

어느 새 면접관은 대놓고 A를 비웃고 있었다. A는 충격을 받았고 그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믿고 싶었다. A의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손이 덜덜 떨렸다. A는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에서는 거친 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두통이 찾아왔고 시야가 뿌예졌다. 온몸에 힘이 빠지며 어지러웠다. A는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아 뛰쳐나갔다.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어!’

A는 참지 못하고 골목길 구석에 토했다. A는 더 토해낼 게 없을 때까지도 계속해서 구역질을 해댔다. A는 토한 곳 바로 옆에 주저앉아 울었다.

 

A는 나라카 회원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들으러 가기로 했다. A는 나라카 모임지로 숨어들어가서 이번에 새로 뽑힌 사람들의 자기소개와 불행 이야기를 엿들었다.

A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그럴 리가 없다고 확신했던 면접관의 말대로 그들의 불행에 비하면 A는 도무지 비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 돼…….’

A는 비참한 기분에 휩싸인 채 터덜터덜 돌아갔다.

A는 숨겨두었던 조그마한 총을 꺼냈다. 때가 되었을 때 쓰려고 준비해둔 것이었고 지금이 바로 그 때였다. A는 훌쩍훌쩍 울면서 입을 크게 벌리고 총구를 위로 향하게 둔 채 입 안에 넣었다.

A는 눈을 감았다. 눈앞의 어둠은 방아쇠를 당긴 후의 죽음과 조금도 다름이 없을 것이라 예감했다. A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믿었던 삶의 주마등을 지켜보았다. 이어서 나라카 회원들에게서 엿들은 진정한 불행이 스쳐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A는 방아쇠를 당겼다.

A는 어둠 속에서 번개가 한 줄 내려치는 것을 봄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었다. A는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으나 쉽게 눈이 떠졌고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현실로 돌아온 A는 입에서 총을 빼낸 후에야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가 열어본 탄창에는 탄알이 들어있지 않았다.

 

A는 새로이 장전한 총을 자신의 입 안에 넣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방아쇠를 당긴 이후 깨달음을 얻은 새로운 사람이 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깨달음을 저버린 채 무의미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A가 얻은 깨달음이란, 그녀가 되뇌어오던 성공과 행복에 관한 것이었다. 여전히 A는 성공의 척도는 행복의 정도라는 점을 인정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행복을 얻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야.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는 것. 그래야만 나의 삶과 다른 모든 불행한 삶들은 물론 이 세상 자체가 설명이 돼.”

A는 이제부터 그녀가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진리를 따라서 그 누구보다도 성공하기로 결심했다. A는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행복했던 사람들은 불행하게 만들었고, 불행했던 사람들은 더 불행하게 만들었다.

시행착오를 겪었던 A는 요령을 얻었다. 다른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기 위한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그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란 다른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A는 무자비한 연쇄살인마가 되었다.

A는 아주 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아주 많은 원한을 지니게 되었다. A는 더 이상 밖에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경찰들에게 붙잡히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A에 의해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사람들은 A가 정의롭지 못한 방식으로 더 끔찍하게 고통 받다 죽기를 바랐다.

 

A는 총이 장전되었는지 몇 번이나 확인했다. A를 찾는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A는 키득거리며 총을 입 안에 넣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왔어.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순간. 내가 자살함으로써 저 사람들은 복수할 대상마저 잃고 밀려오는 상실감으로 인해 끊임없이 불행해질 거야. 그들의 불행은 최고조를 찍을 거고, 그로 인해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겠지.’

A는 너무 기뻐서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총구로 입 안을 강하게 짓눌렀으나 그녀는 황홀감에 젖어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A는 방아쇠를 당겼다. A는 그토록 원하던 대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순간과 동시에 시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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