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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글-양은숙 선생님을 떠나보내며
[편집국] 박정호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05-06 오전 10:47:58

 메마른 대지가 봄비에 젖고 온갖 생명이 다투어 소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한줄기 봄바람에 흐트러지는 벚꽃처럼 홀연히 저희 곁을 떠나시니, 선생님을 흠모하고 의지하였던 저희들은 망연하고 참담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시대를 앞서가는 식견과 정의롭고 지혜로운 판단, 솔선과 헌신으로 간호전문직의 기반을 마련하신 선구자이십니다. 지식과 기술,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절, 혁신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창의적인 간호실무의 기반을 구축하셨고, 가시는 곳마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셨습니다.

 선생님은 공정하고 사심이 없는 지도자의 전형이었고, 탁월한 행정가이시며 진정한 휴머니스트이셨습니다. 잘하는 부하에게 더 큰 꿈과 날개를 달아주셨고, 잘못한 일에 대해서 단호하게 질책하셨지만, 부족함을 감싸주는 따뜻함은 언제나 넉넉하셨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나눈 시간에는 교훈으로 새겨두어야 할 일화와 흐뭇하고 즐거운 추억거리가 가득합니다. 선생님께서 자주하셨던 `I Will Go My Way'라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선생님이 홀로 가시고자 했던 길은 결코 독선이나 고집이 아니며 사심 없이 정의를 실천하는 길이었고, 하느님이 진정 어여삐 보아주실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이제 모두들 “간호계에 큰 별이 졌구나”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 자신은 빛나는 별이 되고자 하신 적이 없습니다.

 간호와 인연을 맺으신 후 대한간호협회 이사와 감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대한간호정우회의 재무이사,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동창회장 등 중책을 헌신과 열정으로 수행하셨지만 이는 모두 동료와 후배에게 빛나는 자리의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한 것이었고 간호발전을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도 바울과도 같은 선생님의 삶이 어찌 간호계 안에 국한되겠습니까? 불우한 청소년과 노인, 병자, 학교와 교회에 이르기까지 도움이 필요한 모든 곳에 손을 내밀어 조용히 부족한 것을 채워주셨습니다.

 지극히 검소하고 절제하는 생활을 하시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아낌없이 베푸셨듯이, 선생님께서 평생 동안 거르지 않으셨던 정성스런 기도는 모두 당신과 인연을 맺었던 많은 사람들의 지혜와 건강, 사랑을 간구하는 기도였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누가 우리를 위해 정성을 다해 기도해주실까요? 이제 다툼과 갈등이 있을 때, 곤경에 처하여 고통받을 때, 뜻을 세우고 큰일을 하고자 할 때, 누구에게 달려가 위로받고, 의지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요? 이제 선생님을 떠나보내려니, 선생님의 카랑카랑한 질책과 따뜻한 걱정, 어린아이 같은 웃음이 너무 그립습니다. 선생님의 삶의 지혜와 소탈한 인간미가 묻어나는 이야기를 마냥 듣고 싶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사람이 올바르게 사는 길을 당신의 삶을 통해 가르쳐주신 진정한 스승이셨습니다. 비록 육신은 저희 곁을 떠났지만 선생님의 맑고 단아한 인품은 언제나 우리 곁에 남아 지혜와 용기의 샘이 되어주실 것입니다.

 선생님! 이제 이승의 무거운 짐들을 모두 내려놓으시고 하느님의 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소서. 선생님을 사랑하는 후배들이 정성을 다해 명복을 빕니다.

2005년 4월 21일

박 정 호(전 대한간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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