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4-09-05 오전 08:15:05

◆ 간호사의 직장 출근 ◆

‘그만 자고 일어나라’는 알람소리를 반기는 사람은 드물다. 간호사들 중에는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번아웃 증후군에 빠지게 되면 알람소리가 두려워진다. 알람소리에 겁을 내기 시작하면, 잠에 깊게 들지 못하고 그런 잠조차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미리 깨기 쉽다.

숙면이 이루지지 않으니 몸이 무겁고 머리도 몽롱하다. 그런 심신 상태로 근무를 하니 더욱 피로해진다. 악순환이다. 이런 생활이 길어지면 멍해지고 무기력해지며, 다른 동료와 ‘함께 지내기 힘든 상태’에 빠지게 된다. 누적된 스트레스는 신체 증상을 일으킨다. 아픈 사람들의 치료를 돕는 것이 간호지만, 간호사 자신들이 아픈 경우가 많다.

자신이 아픈 것에 대해서 잘 알고, 그 대처법, 예방법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을 고려하면 간호사는 많이 아픈 편이다. 심하게 아픈 사람이 많은 것이 아니라, 애매하게 아픈 비율이 높다.

몸이 힘들어서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져서 일어나는 질환이 많다. 머리가 무겁고, 두통이 잦으며, 목과 어깨가 굳어서 제대로 안 움직이는 것 같으며, 늘 뻐근한 느낌이 들고, 감기 증상이 늘 있는 것 같고, 소화가 잘 안 되고, 변비나 과민성 대장증상을 달고 살며,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가 많다. 자율신경계의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일어나는 이런 질환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긴장과 불안의 연속으로 인해, 과잉 긴장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이다.


◆ 간호사들이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다. ◆

‘지쳤다’고 말하는 간호사들이 많다. ‘일이 싫고, 일하기가 두렵다’라고 말은 입 밖으로 못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여러 번 해봤을 간호사들도 많다. 직무 특성상 간호사들은 번아웃에 빠질 가능성을 달고 다닌다. 간호사 전문사이트인 Nursing Link에 따르면 전형적인 번아웃은 4단계로 진행된다고 한다.

첫째, 육체적, 정신적 소진의 경험
둘째, 자신이 하는 일과 자기 자신에 대해서 부끄럽게 생각하고 의심하게 됨.
셋째, 냉소주의와 냉담함
넷째, 실패, 무기력함, 위기의 경험

심해질수록 자꾸 잘못을 저지르게 되고, 자신의 능력 전반에서 무기력함을 경험하면서 인생의 위기라고 심각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 번아웃 예방법1 - 다 쓰지 마라. ◆

천천히 산을 오르면 오래 갈 수 있지만, 무리해서 뛰어가게 되면 얼마 못가고 지쳐버리며, 천천히 올라갔을 때보다, 더 오래 쉬어도 회복이 안 되고 지친 상태가 되고 많다.

하루 이틀만 간호사를 할 것이 아니기에 장기전을 대비해서 힘을 잘 조절해야 한다. 번아웃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서 자신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소진시키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서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시키려고 하면, 굉장히 힘이 든다. 90%의 에너지를 사용하면 10%의 나머지 에너지를 활용하여 충전을 위한 휴식이나 활동을 할 수 있지만, 100%를 모두 사용하게 되면, 우리의 신체-정신적 배터리도 자동차의 배터리처럼 성능이 손상되고 재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게 된다.


◆ 번아웃 예방법2 - 잘못된 의미부여를 중단하라. ◆

자신이 늘 해야 하고 경험하게 되는 힘든 일이나 어려운 과제에 대해서 과도한 감정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환자나 선배로부터 심한 말을 들었다고 해서 계속 그 일을 곱씹으면서 자신을 비하하고, 상대에 대해 원망과 미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 리듬을 망치는 행동일 뿐이다.


◆ 번아웃 예방법3 - 경험과 인격을 구분하라. ◆

좋은 일을 경험하게 되면, 자신이 좋은 인간된 것처럼 느끼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나쁜 일을 경험하게 되면 나쁜 인간이 된 것처럼 느끼기 쉽다. 하지만 모두 틀린 생각이다. 개개의 경험으로 좋은 사람이 되거나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좋은 일들과 나쁜 일들은 서로 계속 이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을 경험하게 되더라도 그 일들은 내 삶의 일부를 구성하게 될 뿐이지 전부가 되지 못한다. 일어난 일들이 아무리 나쁘더라도 내 삶의 전부를 규정할 수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꾸 되새기는 것이 필요하다.


◆번아웃 대처법 중 핵심인 세 가지 ◆

심리학의 아버지인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의 본성에서 가장 깊은 원리는 제대로 인정받고 싶다는 갈망”이라고 주장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의 행-불행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구체화된다.

따라서 간호사들은 자신들이 하는 힘든 일은 ‘간호사면 누구나 하는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서로의 노고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하는 것이 첫 번째로 절실하다. 간호사들끼리 도와야 한다. 돌봐야 하는 것이다.

갑자기 간호사들의 직무환경, 복지후생이 좋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런 환경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견딜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나도 힘들게 견뎠으니, 신입들도 똑같이 고생을 해야 해’라고 선택할 수 있고, ‘나 때 참 힘들었던 일들, 불합리했던 것들을 바꿔서 좀 더 바람직한 직무환경과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선택도 가능하다. 돌보는 것을 직업으로, 사명으로 여기는 간호사들이 왜 서로 돌보는 문화를 강화시키지 않는가?

둘째, 사람들은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고맙다는 표시를 하지 않는 것은 상대의 수고를,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존재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간호사들은 서로에게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잘 안 해주기 때문에라도 스스로에게, 서로에게 고맙다는 말을 자주하고, 그 말을 들을 때 다시 감사로 마음속이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스스로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서 자신의 노고에 대한 보상을 스스로 하고, 스스로를 위한 휴식, 휴가, 자기 투자, 자기 교육을 조금이라도 계속 지불해야 한다.

셋째, 감정의 고립을 막기 위해서 소통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사람이 꼭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내 부정적 기분을 풀어줄 대상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먼저 다른 사람이 부정적 기분을 풀려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마음을 열고 이야기 나눌 수 있고, 상의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관계가 아직 없다면, 우선 다른 사람이 마음을 열고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하는 말들을 잘 듣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의 어떤 말도 그들의 ‘의견’이라는 것을 절대 명심해야 한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의견일 뿐이며,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사실이 될 수도 있고, 무의미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상처가 되느냐, 영광이 되느냐도 내가 결정한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서 하는 비판이나, 냉정한 ‘지적질’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나의 심리적 에너지가 활용되는 것이 달라진다.

간호사들의 일은 고되고, 어렵고, 마음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이 맞다. 하지만 번아웃의 원인의 상당 부분은 내가 조절할 수 있고, 나의 생각과 행동에 의해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