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9-09-23 오전 09:19:06

- 넘쳐나는 신종플루 정보로 인해 국민들 혼란스럽고 불안 가중
- 한국 의료·대처능력 세계 수준 신종플루 겪으며 미래 대응력 강화

　아침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신문을 펼쳐보는 일이다. 그런데 신문을 찬찬히 다 보려면 반나절은 가야 할 정도로 쏟아지는 정보량이 엄청나다. 인터넷을 열면 각종의 포털에서 매일 새롭게 제공하는 정보량은 계산하지도 못할 정도다. 홍수처럼 터져 나오는 정보 중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는 어느 정도일까?

　최근 반갑지 않은 불청객 신종플루가 온 나라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외국에서는 오히려 잠잠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지난 5월에 최초로 발병한 이후 환자 수나 사망자 수 집계를 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호들갑 수준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높은 정보화 수준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신문이나 TV, 인터넷 모두 신종플루 정보로 가득하다. 국민을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이러한 정보가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을 때다. 초기에는 신종플루 백신을 제 때에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느냐 없느냐를 가지고 논박하더니, 뒤이어 신종플루로 최악의 경우 몇 명이 감염되고 몇 명이 사망할 것이냐를 두고 설왕설래했다.

　최근에는 조금 더 수준을 높여 백신 제조과정에서 면역제재 사용의 안전성, 백신에 첨가된 수은성분의 유해성과 타미플루의 내성과 관련된 논쟁이 뜨겁다. 어떠한 사안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런 논쟁과정에서 혼란스러운 것은 국민이고, 혼란은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처음에는 대유행 이전에 백신 접종이 가능할까, 혹시 감염되면 타미플루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걱정하더니 이제는 백신을 접종해야 하느냐, 확진 전 상태에서 유사증세를 보일 경우 타미플루를 투약해야 하느냐를 가지고 고민할 지경이 됐다.

　이제 신종플루와 관련된 논쟁은 일반상식 수준을 넘어서는 전문가 수준의 논의와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각종의 학술적 논거들이 정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의 바다에 넘실대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물론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전문적 판단력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어지는 정보는 자칫 국민의 판단력을 왜곡시킬 우려가 높다.

　잘못된 의식은 잘못된 의사결정을 촉발시켜 큰 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러한 와중에 정부당국은 신종플루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고민 외에도 언론과 인터넷의 잘못된 정보에 어떻게 대처하고, 국회의 질의응답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판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상황에서 국민이 인식해야 할 것은 신종플루가 전염성이 강하기는 하지만 임상적으로 증명된 치료제가 이미 존재하고 시기를 놓치지 않으면 치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부작용이 있지만 백신이나 치료제 모두 이러한 임상실험을 통해 안전하다고 입증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손을 자주 씻는 등 전염을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너무 과민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사실 손 세척은 신종플루가 아니더라도 다른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방지를 위해서도 습관적으로 해야 한다. 최근 손을 통한 감염성 질환이 국민의 보건의식 증진으로 감소됐다는 것은 신종플루에 의한 반사이익이라면 이익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료수준과 간호사들의 대처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란 점도 알아야 한다.

　이번 신종플루를 계기로 우리 국가의 방역체계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기후변화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요인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하게 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로는 신종플루라는 백신을 우리 국가와 국민이 미리 접종함으로써 더욱 심각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미래의 적(병)에 대한 대응력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김용하(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