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9-03-25 오전 11:21:57

-사람냄새 물씬 나는 전문직 종사자 방송매체는 그런 사람을 원한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호응 얻으면 그 직업 새 전문직으로 각광 받아

　방송매체에서 전문직과 그 종사자는 단골 소재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정보를 추구하는 시대에 늘 새로운 정보를 찾으려는 호기심에서 직종을 선택하다보니, 우리가 잘 아는 것 중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매체의 특성 때문에 전문직은 빠지지 않는 소재거리가 된다.

　그래서 일단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가면 만나야 하는 전문가와 소개되는 전문직의 수는 헤아릴 수 없다. 오늘날만큼 포도주가 보급되기 전이었던 20여 년 전부터 차세대 각광받을 전문직종으로 주목받았던 소믈리에부터, 우리나라의 중생대를 연구하는 공룡 박사, 그리고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해 주기도 하고, 책에 대한 평론도 함께 해 도서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도서평론가, 또 취미로 시작한 여행을 전문적인 직종으로 스스로 개척해 낸 여행 컨설턴트, 그리고 의사면서 저자이고, 저자면서 경제인인 전천후 전문가까지.

　매체에서 이런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그려낸다는 것은 담당 제작진 특히 그 작가가 그만큼 해당 직종에 대해 최소한의 주변 공부를 거쳤다는 이야기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수년에 걸쳐 사전취재를 통해 그들을 만나고, 그들의 직업을 연구하고, 직접 그들의 세계에 뛰어들어 체험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방송으로 표현될 즈음이면 작가는 어느새 그 직종의 준전문가급 지식을 꿰차고 있다. 누들로드를 쓴 작가는 어느 지역에 어느 파스타가 맛있고, 그 유래는 무엇이며 어떤 재료로 만들었을 때 가장 궁합이 좋은지, 신윤복을 그리는 작가라면 신윤복의 생애는 물론 그 시대의 생활사, 미술사, 궁중사 등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생로병사를 쓴 작가는 방송을 마칠 즈음엔 어느 병에 대해서, 어떤 증세에 대해서 선무당이 다 된다.

　그러나 방송은 만들어진 후 시청자의 평가가 덧붙여져야 제 빛을 발휘하는 법. 제아무리 제작진이 어떤 직종을 완벽하게 연구하고 최대한 멋지게 그려낸다 해도, 시청자의 반응이 시들하면 그 프로그램은 빛을 잃는다. 그리고 그 직종 역시 잊혀진다. 그러나 좋건 나쁘건 시청자의 호응으로 게시판이 달궈지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열심히 일한 제작진은 눈물을 머금지만, 방송 프로그램도 뜨고, 그 전문직도 새롭게 각광을 받는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바리스타나 `내 이름은 삼순이'의 파티쉐가 그 예가 될 것이다.

　그럼 무엇이 시청자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여기엔 반드시 화룡점정을 해주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냄새다. 그냥 전문직에 대한 소개 프로그램이 아니라, 단지 해당 전문직 종사자가 자신의 일에 대해 대단한 지식을 뽐내고, 얼마나 신념을 갖고 일하며, 선한 말만 내뱉는다 해도, 정말 그 일에 대해 애정이 있고, 그 일을 하는데 사람냄새가 풀풀 나는가에 따라서 방송이 죽고 산다.

　기억해 보라.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이고 그 속에서 그린 직업은 무엇이었는지, 직업의 주인공을 과연 기억하고 있는지. 그것은 비단 방송 속에서 만이 아닐 것이다. 어떤 사회에서든지, 어떤 직종에서든지,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보다도 앞서는 것이 사람다움일 것이다. 그래서 제작진은 전문직을 찾는 것과 동시에 그 직종에 걸맞은 무엇인가를 지닌 사람을 찾기 위해 매진한다. 이것은 드라마, 다큐멘터리, 예능 등 모든 방송 장르를 망라해서 나타나는 공통점이다. 그 어떤 것보다도 개인의 캐릭터가 프로그램을 좌우한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방송에서만의 현상일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빈틈없으며, 똑 부러지는 사람 곁을 보라. 꽉 찬 듯 보이지만 갑갑하고, 정갈하지만 뭔가 그 맛을 설명할 수 없지 않은가. 특히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의 경우는 처음 그 직업의 무게에 눌려, 본연의 모습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지식의 깊이도 긴 인생에서 따지고 보면 잠시 잠깐이다. 결국 그를 그답게 만드는 것은 얼마나 사람다운 모습으로 자기 전문직을 수행하고 있는가이다. 그런 전문가를 방송은 찾고 있다. 시청자들은 금세 알아본다.


김승신(한국방송작가협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