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주민 건강증진 `보건진료원' 역할에 달렸다
일반직 전환 시급 … 신규 직무교육 재개해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6-18 오전 10:51:47

보건진료원제도는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일차보건의료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0년 12월 농어촌등보건의료를위한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 보건진료소 설치근거가 마련됐고, 1981년 보건진료원들이 전국 각 지역에 배치되면서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행됐다.
보건진료원제도는 의료자원이 열악한 농어촌 벽오지 주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는 유용한 제도로 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해왔으며, 공공의료의 한 축을 굳건히 담당해왔다. 이 같은 역할은 앞으로 급변하는 보건의료환경 속에서 더욱 절실하게 요구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특히 농어촌지역의 경우 보건진료소 관할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핵가족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독거노인이 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고령층이 많아지면서 만성질환, 성인병, 노인성질환도 크게 늘고 있다.
농어촌 고령화 심각
주민들의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수준도 변하고 있다. 질병치료에서 예방과 건강증진 중심으로 건강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건강권을 주장하는 의식수준이 높아졌으며, 웰빙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는 등 사회변화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보건의료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도로는 잘 닦이고 교통은 편리해졌지만 대중교통 운행 횟수는 줄어 자가 운송수단이 없는 주민들의 교통환경은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 면단위에 개업한 의원이 늘고는 있다지만 그것도 인구가 확보된 일부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한 주민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와 지역주민들의 건강요구에 맞춰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선 공공보건의료체계가 더욱 강화돼야 하며, 특히 보건진료소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 재편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농어촌지역의 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공공보건의료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민간의료 인프라를 확보하기 어려운 지역일수록 공공보건의료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무엇보다 보건진료소에 대한 정부의 다각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한 때다. 일차보건의료를 책임질 보건진료원의 신분이 보장돼야 하며, 필요한 수요만큼 신규 보건진료원을 계속 배출해야 한다.
첫째, 보건진료원의 신분이 지방공무원 별정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돼야 한다.
현재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역에 설치된 보건진료소에는 1896명의 보건진료원들이 별정직 6~7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별정직이라는 신분 때문에 공무원 정원 감축 시 우선순위 대상으로 오르게 되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농어촌지역의 공공보건의료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보건진료원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보건진료원들의 사기진작과 형평성을 고려할 때 일반직 전환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선례를 보면 지난 1992년 일용직인 치위생사와 보건지소의 진료보조원을 일반직으로 전환했으며, 2000년 별정직인 사회복지전담요원 1800여명을 역시 일반직으로 전환한 경우가 있다. 일부 보건소 공무원들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보건의무직군 공무원의 60% 이상이 특채형식으로 채용된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부족한 의견이다.
보건진료원, 일차보건의료 핵심
둘째, 신규 보건진료원 양성을 위해 직무교육과정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
보건진료원이 되기 위해선 보건복지가족부가 시행하는 직무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이 교육이 2000년 이후 단 두 차례만 실시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올해 역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말 보건진료원회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앞으로 5년 후면 전국 정규직 보건진료원의 19.2%(351명), 10년 후면 52.4%(958명)가 정년퇴직을 하게 된다. 게다가 현재 공석중인 33개 보건진료소, 43명의 일용직과 계약직 등 비정규직 보건진료원까지 감안하면 향후 필요한 보건진료원 수는 더 늘어나게 된다. 복지부에서 신규 보건진료원을 양성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10년 이내에 1천여명의 일차보건의료 전문인력이 줄어드는 위험한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농어촌 지역주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공공보건의료체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보건진료원제도가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보건진료원을 일반직으로 전환하고, 신규 보건진료원을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강 경 혜(보건진료원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