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8-20 오전 10:37:16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을 참 좋아한다. 혼자 깨어 있을 거라는 쓸데없는 우쭐함도 좋고, 커튼을 걷으면 쏟아지는 달빛과 별빛 모두 내 것 같은 풍요로움에 행복하다. 무엇보다 여유 있는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좋다.

　나는 군병원 정형외과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다. 정형외과는 여러 과들 중에서도 가장 활기차고 시끄러운 곳이다.

　소대원들을 이끌고 모의 전투훈련을 하다가 다리를 다친 중사, 군장을 메고 행군하던 중에 견관절 탈구로 수술한 병장, 레펠을 타다 미끄러져 재활치료 중인 상병, 선임병들이 보는 앞에서 멋지게 슛을 날리다 넘어져 보조기를 착용한 일병, 선천적 이유로 군화를 신으면 발가락에 심한 통증이 있어 입원한 이병 등 다양하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 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곧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모습으로 주변 환우들과 시간을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된다.

　검사 상 특이 문제가 없는데도 이곳저곳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소위 마음이 아픈 환자다. 처음에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소홀히 한다고 꾸짖기도 했다. 하지만 깊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마음이 아픈, 그 누구보다 사랑과 관심의 손길이 필요한 장병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간호사로서 정성스레 다가가려 노력하지만 때론 쫓기는 업무에 시험에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어머니처럼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퇴원인사를 하는 그들의 한마디에 힘들고 서운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10년 동안 군 간호장교로 복무하면서 UN 서부사하라 평화유지군 활동, 의무병을 가르치는 교관, 간호사관생도들과 동고동락한 훈육장교 등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았지만, 환자 곁에 있는 지금 내 모습이 가장 멋지고 아름답게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그만 바람이 있다면 이들이 전역 후 사회에서 일익을 담당하는 일꾼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곳곳에 불이 켜지고 아침을 준비하는 마음들이 분주하다. 오늘은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으려나.

정영선 대위(국군춘천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