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5-21 오전 10:25:01

　최근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집단 성폭력은 아직은 보호받아야 할 초등학생들에게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과 대규모 학생들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어린 학생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음란물을 접했고 그것을 모방해 친구들이나 하급생에게 계속 확산시켰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 어린이(청소년) 성폭력이나 성관련 문제는 갈수록 대범해지고, 그 위험수위는 높아지고, 발생 연령은 낮아지고 있지만 사회적인 안전망이나 학교에서의 성교육이나 대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이번 사건을 보며 학교현장에서 성교육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교사로서 책임감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형식적인 성교육 개선해야

　최근 외형적으로는 학교 성교육에 많은 변화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형식적인 변화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폭력관련 사건이 발생하고 사회적 관심이 쏠려 있을 때는 각종 지침이나 성교육 강화 대책 등이 발표된다. 하지만 과거와 다름없이 계속 관련교과 속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재량시간이나 범교과시간에 외부강사에 의한 성교육, 혹은 행사 차원의 일회성 집단 성교육 등 비체계적이고 비지속적인 형태로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교과시간에 이뤄지는 성교육이란 체육, 도덕, 가정, 과학 등 여러 교과 속에 산재되어 있는 성관련 내용을 성교육이 이뤄진다고 보는 것이다. 각 교과마다 교육목표가 다르고 내용이 다른데 그것을 다 성교육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여러 관련교과에서의 성교육은 각 교사의 관심과 성교육에 대한 개인의 철학에 따라 교육내용의 질적 차이가 많고, 교사 개인의 전문성 문제로 성교육의 목적 달성 또한 의심스럽다.

　한국학교보건교육연구회(2005년)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각 교과에서 다뤄지는 성교육 내용이 초 중 고 관련교과에서 3.5% 정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양적인 면에서 현저히 부족할 뿐만 아니라, 성교육 범주별로 다뤄지는 영역도 교과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고, 학년별 구성에 있어서도 체계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급별로 내용요소가 일관성 있게 구성된 성교육 교재를 각 학교로 배부했다. 과거에 비해 다양한 자료가 개발됐고 학년당 10차시 이상의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지침은 시달됐지만 이는 인력, 예산 등의 교육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생색내기용으로 보여진다.

　독립된 교육과정과 독립된 교육시간, 교육인력 등이 확보되지 않으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성교육을 실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건교사 배치율 65% 불과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될 때마다 나오는 사후약방문식의 대책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틀부터 바꿔야 한다.

　성교육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보건교사를 배치하고 독립된 교과를 설치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2007년 각 학교 보건교사 배치율은 64.7% 수준이다. 특히 제주 37.6%, 전남 42.9%, 강원 46.2%, 경남 47.6%, 충남 48.8%, 전북 49.8%로 이들 지역의 학생들은 성교육을 포함한 보건교육과 학생건강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유치원에서부터 초 중 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보건교과를 정규교과로 설치해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현재 각 교육청에서는 연간 10시간 내외에서 성교육을 실시하도록 각급 학교에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규교과 시간이 아닌 관련교과나 특별활동, 정규교과의 결강을 메우는 대체학습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상화돼 있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

　정부와 학교는 다음과 같은 중장기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첫째, 성교육을 포함한 `보건교육'을 정규교과화 해야 한다. 둘째, 성교육을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인 보건교사를 1교 1인 이상 배치해야 한다. 셋째, 학교 급별, 학년별 성교육 내용을 체계화해야 한다. 넷째, 학생들이 흥미롭게 학습할 수 있도록 학생 수준에 맞는 교재와 교수 학습자료를 개발 보급해야 한다. 다섯째, 성폭력 발생 시 지침 및 매뉴얼을 제작 보급해야 한다.

이석희(보건교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