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6-04 오전 09:56:38

　해마다 세상을 가득 채우는 형형색색의 꽃들을 보노라면 처음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에 입사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때 가졌던 나만의 다짐들을 되새겨보며 때때로 잊고 사는 것은 없나 고민해 본다.

　올해로 임상간호사 16년차. 학생시절 임상실습을 하면서 병동간호사로서 사랑받는 간호사가 되려니 생각했었던 것과는 달리 내내 수술실과 마취과라는 특수부서에서 일했다. 그래서인가, 나도 모르게 병원 안 곳곳에 존재하는 환자를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올해 초 간호부 특수팀에서는 업무 중에는 접할 수 없는 병동환자를 이해하고자 세발봉사를 계획했다.

　보호자가 없거나 수술 등으로 인해 자력으로 머리감기가 어려운 환자들을 선정해 간호사들이 세발기를 가지고 순회하면서 직접 머리를 감겨드리고 있다.

　매달 봉사를 하면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환자들의 고충이 피부로 느껴졌고 한층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우리는 종종 나만의 공간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간다. 나의 가족, 나의 직장, 나의 동료, 나의 환자 등 한 걸음만 물러서면 쉽게 보이는 것들을 어쩌면 애써 외면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고통 받는 환자들과 함께 하는 간호사라면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여유를 지녀야겠다.

　우리가 세발봉사를 하면서부터 입원환자들의 불편감을 이해할 수 있었듯이 가끔은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책을 읽을 적에도 너무 눈앞에 바짝 대면 무슨 글씨인지 알 수 없기 마련이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여유를 가져야만 글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소중한 것들이 너무나 가까이 있기에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아픈 환자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간호해야 하는 간호사야 말로 더욱 마음에 여유로움을 가져야 하겠다. 내 마음이 평화로워야 다른 이에게 더 큰 평안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 마음 안에 심은 사랑의 꽃씨가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김현숙(가대 의정부성모병원 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