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동의의료원] 김경옥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6-12-07 오전 09:59:50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라고 괴테는 표현했으나, 모든 공간이 자연의 색으로 가득 찼던 11월은 역설적이리만큼 벅찬 천연의 감동을 약속처럼 안겨주었다. 그 상실과 낭만의 양면 속에서 느끼는 기꺼운 아름다움은 지난 시간들을 반추하게 한다.

　올해는 유난히 자연의 변화에 예민해 하면서도 따스한 교훈을 얻었다. 서로의 곁을 내주고 사는 나무의 너그러움이 주는 사랑과 겸손의 지혜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소리 없는 가르침이 주는 사계절의 순응을 보면서 자존심과 고집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음을 다시금 깨우친다.

　이 즈음이면 누구나 자기만의 의미로 생각이 충만할 것이다. 지나는 시간 위에서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찰나처럼 옛일이 되고, 미성숙이 주는 아집과 자만의 질곡도 잠시, 어느새 숙연한 자세로 마지막 계절에 들어서면 다시 시작하는 오늘이 될 내일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유한한 삶 앞에서 인간은 쓸쓸하고, 잡지 못하는 모든 것으로 인해 운다고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음이 분명하다.

　12월은 통계적으로 프러포즈와 사랑하는 이를 위한 선물 준비가 제일 많은 계절이라고 한다. 자기애든 타인을 위한 사랑이든 표현해보자. 습관 같은 일상이지만 각자의 생활반경 안에서 연결된 소중한 사람과의 사랑이 없다면, 그리고 그 사랑이 만들어 주는 믿음을 알지 못한다면 삶에 대한 진실을 왜곡하는 일일 것이다.

　A.비어스는 “인간이란 자기 마음속에서 그리는 자신의 모습에 대하여 저 홀로 황홀하게 도취하기 때문에 실제로 있는 그대로의 제 자신을 보지 못하는 동물이다”라고 했다. 다시금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들여다보고, 평범한 어느 한순간에 달라질 인생에 대해 겸손함으로 낭비하지 않는 자세를 가지려 한다. 지금 나의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온기만으로도 의미는 충만하다.

김경옥(동의의료원 진료의뢰지원센터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