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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회 간호문학상 - 수기 당선작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9-12-24 오전 08:34:14

우리는 한 팀

차지혜(분당서울대병원)

 

“삐리리리리, 삐리리리.”

네 시간의 혈액투석이 마침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저는 환자에게 다가가, 긴 시간 동안 투석을 받느라 고생하신 환자의 손을 잡아드립니다. 저는 인공신장실에서 근무하는 혈액투석실 간호사입니다.

혈액투석실에서는 여러 원인으로 응급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이번에 예기치 못한 특별한 원인으로 응급상황이 발생되었으나 여러 부서들이 관여하여 좋은 결과를 낸 사례가 있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2017년 1월, 예쁜 꽃 이름을 가진 54세 여성 환자분이 첫 투석을 위해 인공 신장실에 오셨습니다. 직업은 웨딩촬영 도우미로 아주 멋쟁이셨지요. 환자분은 IgA 신증을 앓고 계셨습니다. IgA 신증은 비정상적으로 면역글로불린 A의 형성이 증가되거나 혹은 면역글로불린 A의 제거 과정에 장애가 있어 신장 조직 내에 면역글로불린 A가 침착됨으로써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환자분은 그 질환으로 신장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결국 동정맥루를 만들고 혈액 투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대개 처음이 두려운 법이지만 투석 치료의 시작은 그 여성 환자분에게 더욱 힘들게 느껴지셨나 봅니다. 혈액투석을 할 때마다 헌혈할 때처럼 두께가 굵은 바늘을 두 개나 찔려야 하고, 환자분의 혈관이 가늘고 약해서 혈관을 보호하기 위해 팔을 4시간 동안 꼼짝 않고 계셔야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었을 겁니다.

환자분은 투석 할 때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숨이 차요.”

라며 4시간의 투석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끝내는 일이 대다수였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손도 잡아드리고 진통제도 드려보고 심장센터와 마취통증의학과에서 검사도 시술도 해보았지만 특이 사항은 없었고, 투석시마다 너무 힘들어하셔서 결국, 의사와 상의 후 투석시간을 3시간 30분으로 줄이기로 하였습니다.

저희 병원 혈액투석실은 2017년 11월부터 혈액투석기를 저효율에서 고효율 투석기로 바꾸었습니다. 투석을 30분 덜 하는 환자분에게는 투석 효율적인 면에서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환자 분은 투석 시마다 등 통증과 답답한 감은 여전히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후, 2018년 미국에서 일반 투석으로 제거하기 힘든 중분자를 특수한 장치 없이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획기적인 투석기를 개발하였다는 이슈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병원 신장내과에서는 환자들의 동의를 얻고 그 투석기를 연구용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여성 환자분도 연구용 투석기를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획기적인 최신의 투석기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환자분은 투석 시마다 답답함과 숨찬 증상 그리고 등 통증을 더 자주 호소하였습니다. 심전도 등 검사는 정상이었고 진통제도 투약해 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 환자분의 투석시간 동안에 담당 간호사와 의사는 긴장감을 놓지 못하였습니다.

끝내, 2018년 11월 30일 혈액투석 시작 후 1시간 40분 경 환자는 흉통과 쌕쌕거리는 천명음을 동반한 숨찬 증상을 호소하였습니다. 다행히 담당교수님이 바로 옆에 계셨고 응급처치가 이루어졌습니다. 투석을 서둘러 마치고 심전도 산소포화도 등을 모니터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부서 내에 없는 스테로이드를 옆 중환자실에서 급하게 차용하여 투약하였고 병동에서 네불라이져를 빌려와 환자에게 적용하였습니다. 그러나 환자는 혈압이 측정되지 않았고 의식 소실과 함께 5초간 경련 증상을 보였습니다. 응급 카트를 가져와 산소를 주고 생리식염수를 주입하는 등 처치를 시행 후, 환자는 다행히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야말로 식은땀이 나는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응급실로 보내진 환자는 심장초음파와 뇌파 검사 등의 여러 검사를 하였지만 급성심근경색이나 간질 경련 등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신장내과 담당교수님은

“원인이 뭘까? 혹시 투석기 때문이 아닐까?”

라며, 환자에게 투석기 알레르기 반응을 가진단으로 내리셨습니다. 그리고 환자는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투석기 알레르기 반응은 아나필라틱 반응인 Type A와 지연형 반응인 Type B로 나누어지지만 비정형적인 증상들도 있습니다. 원인으로는 투석막의 성분과 소독제의 종류가 관여하는데 특히, 투석막의 에틸렌옥사이드(ETO) 소독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투석기의 종류는 크게 합성막과 셀룰로오즈막으로 나뉘는데 셀룰로오즈막에 수산화기가 있어 생체 적합도가 떨어진다고 하여 합성막을 대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아직 투석막의 생체 적합성의 측정을 위한 표준 기술은 없는 실정입니다.

입원 후, 환자는 예전에 사용했던 A 회사의 감마 소독된 a 합성막 투석기로 바꾸어 투석을 하였습니다. 이 투석기에는 많은 구멍들이 있고 높은 친수성으로 투석 효율에 좋다고 합니다.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심전도 및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산소를 주입하면서 투석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환자는 투석시작 1시간 50분경 답답한 감과 숨찬 증상을 호소하여 결국 투석을 2시간밖에 하지 못하였습니다. 알레르기 반응을 시사하는 검사인 IgE(정상수치 0~100)를 검사하였는데 259.4로 높았습니다.

그 다음날 신장내과 담당교수님은 B 회사의 스팀 소독된 b 합성막 투석기를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투석기는 알부민 같은 단백질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고효율 투석이 가능하고 중분자 제거에 효과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체적합성을 최대로 도모한 투석막이라고 하여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걸었던 스팀 소독된 b 합성막 투석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환자는 투석 2시간 만에 심계항진 및 천명음을 동반한 호흡곤란을 호소하였습니다. 입원 직전과 비슷한 위험한 증상이었습니다. 의식 소실 및 경련이 진행되지 않도록 의사의 처방대로 스테로이드를 서둘러 투약하였고 투석을 즉시 종료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 환자분은 투석을 계속 할 수 있긴 한 걸까?’

원내에 있는 모든 투석기를 사용하였지만 환자는 투석 시마다 답답한 감과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하였습니다. 도대체 어떤 투석기를 사용해야 할지 신장내과 의료진과 인공신장실 간호사들이 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의 후 1차 투석 병원에서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C 회사의 스팀 소독된 c 합성막 투석기를 구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투석기는 심장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 혈역학적 안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인공신장실 수간호사와 물류팀의 협진으로 c 투석기를 구하여 환자에게 적용하였습니다. 환자는 투석 시작 1시간 40분 만에 답답함을 심하게 호소하여 다른 투석기 때와 마찬가지로 투석을 조기 종료하였습니다.

과연 어떤 투석기를 써야 할지에 대한 회의가 다시 열렸습니다. 이제까지 환자에게 ETO 소독이 아닌 합성막 투석기를 사용하였는데, 이번에는 셀룰로오즈막 투석기를 사용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생체 적합성을 높이기 위하여 수산화기를 트리아세테이트로 대체한, 감마 소독된 셀룰로오즈막 투석기 d 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사용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인공신장실 부서장과 물류팀의 협진으로 원내에 없던 d 투석기를 여러 경로를 거쳐 구하게 되었고 드디어 인공신장실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른 투석기와 달리 겉모습이 유독 반짝거리는 투석기였습니다. 투석기 안의 fiber들이 빛에 반사되어 유리알처럼 반짝였습니다.

‘이것이 환자에게 잘 맞을까?’

모두의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조심스럽게 환자에게 적용하였습니다. 놀랍게도 환자는 경미한 등 통증이 있을 뿐 투석 4시간을 완료하게 되었습니다. 여태까지 간호사들의 마음을 눌렀던 긴장감이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전에 겪었던 숨찬 증상과 흉통, 의식소실 등의 사건들이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환자는 불안해하였습니다. 의사의 처방대로 항불안제를 투약하였지만 간호사로서 불안을 덜어드릴 수 있는 진짜 간호를 하고 싶었습니다.

환자 분은

“바늘 찌를 때 아파서 투석시간이 너무 무서워요.”

“투석할 때 잠이 들면 시간이 빨리 가는데 잠을 잘 못 자겠어요.”

라고 말하면서 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투석 시 바늘로 인한 통증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여러 활동을 하였습니다. 동정맥루 팔이 과도하게 신전되지 않도록 작은 베개를 손목에 대어주었고, 투석 시 가능한 가장 작은 구경의 17G 바늘을 사용하였습니다. 투석 전 마취연고를 적용하도록 하였고, 바늘 라인이 혈관을 누르지 않도록 테이핑 하였습니다.

투석 중 편한 수면을 위해 소리로 델타파를 자극하여 깊은 잠을 유도할 수 있다고 하는 조용한 음악을 들려 드렸습니다. 그리고 라벤더 아로마 오일을 환자에게 적용해 드렸습니다. 여러 논문을 검색하였는데 라벤더 아로마 요법이 대상자의 심신의 안정 및 자극에 의한 기분전환 등에 효과적이라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간호활동을 하는 동안 환자분은 투석 받으면서 호강한다고 함박웃음을 보이셨고, 진심으로 배려해주고 걱정해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환자분은 2019년 10월 현재, 별 탈 없이 투석 4시간을 꼬박꼬박 잘 받고 계십니다. 투석 중 통증 호소도 없어졌으며 답답한 감도 없다고 합니다.

알레르기의 종류는 많지만 투석막과 관련된 알레르기 반응이 생소하여 글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환자에게 맞는 투석기를 찾는 과정에서 인공신장실 부서장과 간호사들, 신장내과 의료진은 물론이고 물류팀까지 다방면으로 환자를 위하여 한 팀으로 일하고 있음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각자 임하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협업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많은 과정들이 불가능해 보였던 문제를 해결하였다는 사실에 보람이 컸습니다.

혈액투석 환자분들은 일주일에 세 번, 생명 유지를 위해 병원에 와서 네 시간 동안 바늘을 꽂고 투석을 해야만 합니다. 힘겨운 마라톤 같은 여정에 계신 분들이지요. 어떤 환자분은 비록 투석을 하고 있긴 하지만 꼬박꼬박 병원에 와서 간호사들과 이야기 하면서 웃으며 지내니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이 분들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전문성을 갖춘 따뜻한 감성으로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돌보며 긍정적인 힘을 드릴 수 있는 간호로 힘껏 헤엄쳐 나가길 다짐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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