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Home / 간호문학상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인쇄
제37회 간호문학상 - 시·수필부문 심사평
홍정선(문학평론가/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6-12-20 오후 03:12:47

◇ 생각을 언어로 정지시키는 능력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은 어느 순간 떠오른 생각이나 발견을 언어로 정지시키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이나 발견을 언어로 정지시켜 놓으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우리는 다시 그 때의 생각이나 발견을 손쉽게 기억할 수 있다. 사람들이 메모를 하거나 일기를 쓰는 것은 기억보다 기록을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학작품을 쓰는 일은 그러한 작업 중에서도 특별한 작업이다. 일상적 생각이나 발견을 평이하게 정지시킨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생각이나 발견을 참신한 언어로 정지시킨 것이다.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것 같은 싱싱한 펄떡거림이 느껴지는 방식으로 정지시킨 것이다. 문학작품을 쓸 때 어떤 생각을 가지는 것보다 그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생각이나 발견의 싱싱함을 온전하게 전달하는 언어를 찾거나 만드는 일이 바로 작가의 숙명인 것이다.

〈시부문〉 당선작으로 뽑은 박소영의 「폭우」에는 언어의 싱싱한 펄떡거림이 있다. 세차게 몰아치는 빗발을 표현한 언어에는 현실의 빗발처럼 힘차게 살아 움직이는 말의 힘이 들어 있다. 이를테면 “정자나무 뒤통수를 내리치는 뿔의 사나움 같은 번개는 / 물소떼들이 내뿜는 열기가 아닐까”와 같은 구절에서 우리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여름에 대지에 쏟아지는 소나기와 소나기를 맞으며 먼지와 안개를 내뿜는 대지, 그리고 하늘을 가르는 번개와 벼락을 맞는 정자나무의 모습을 무리를 지어 돌진하는 물소떼의 모습으로 비유한 표현력이 뛰어나다. 「폭우」외의 또 다른 작품인 「동백꽃」도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고 있어서 당선자의 시적 능력을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가작으로 뽑은 박지나의 「꽃의 口(입)」는 섬세한 관찰력과 그 관찰력을 언어로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한 송이 꽃의 모습에서 박지나가 읽어내는 `푸른 한숨'과 `벨 것 같은 위험한 침묵'은 섬세한 관찰력을 보여주며, “기호화된 너의 마음이 / 자음과 모음이 되어 피어오른다”와 같은 구절은 언어로 형상화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꽃을 우주와 세계에 상응하는 모습으로 읽는 것은 새로운 발상이 아니다. 「폭우」보다는 소품적인 성격이 강해서 가작으로 뽑았다.

〈수필부문〉 응모작의 수준이 예년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읽었을 때 우리의 일상적 삶에 대해 어떤 조그만 깨달음을 주는 것은 우예진의 「거짓말」이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나쁜 일이란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특별한 경우 서로 사실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 서로를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수필을 통해 알 수 있게 된다.

글을 쓰려는 사람, 특히 문학작품을 쓰려는 사람은 언어의 연금술사가 되어야 한다. 원석을 세공하여 영롱한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내듯이 일상적 언어를 갈고 다듬어 빛나는 표현을 만들어내야 한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어떤 표현 하나가 주는 행복함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을 한 것에 대한 속상함으로 목메어 우는 사람이 되어보기를 부탁한다.

  • 건보공단
  • 박문각 신희원
  • 스마트널스
간호사신문
대한간호협회 서울시 중구 동호로 314 우)04615TEL : (02)2260-2571
등록번호 : 서울아00844등록일자 : 2009년 4월 22일발행일자 : 2000년 10월 4일발행·편집인 : 김영경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영경
Copyright(c) 2016 All rights reserved. contact news@koreanursing.or.k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