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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간호문학상 수필 가작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6-12-16 오전 11:38:06

거 짓 말

우예진(한서대 간호학과 3학년)

 

거짓말. 그 달콤한 사탕이 코팅된 쓰디쓴 약은 입에 넣을 땐 달지만 곱씹고 곱씹을수록 쓰기 마련이다. 그것은 쓰는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는데 하얀 마음을 담았을 때는 치료약이, 검은 마음을 담았을 때는 독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거짓말을 어떤 의미로 사용해도 대게 포용되는 날이 있다. 4월 1일 만우절이다. 이때는 나의 첫 병동 실습 때이기도 하였다.

나의 행동은 모든 것이 미숙하였다. 학교에서 그렇게 수 없이 연습했던 비강캐뉼라도 그렇게 생소할 수가 없었다. 내 어리버리함에 따끔한 충고와 쉽게 설명해줄 여유가 있는 간호사선생님도 없고 그런 내 행동에 ‘처음이라 괜찮아’라고 이해해줄 환자도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위축되고 늘 긴장된 상태였다. 실습생이라는 건 참 서러운 일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늘 친구들과 먹을 점심만 기다렸던 것 같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가던 도중 수선생님께서 나를 불렀다.

“지금 MRI 찍으러 가야하는데 같이 갔다 오렴.” 선생님께서 건넨 종이를 받아들고 그 환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단 둘이 타게 되었다. 8층에서 B1층까지의 긴 시간이었다. 빨간 숫자들이 점점 내려가는 것을 바라보던 환자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멋쩍은 나의 인사를 시작한 대화는 이내 몇 마디 나누고는 금방 도착하고 끝나 버렸다.

환자가 검사실로 들어가고 밖에서 기다리던 나는 고민에 휩싸였다. 환자와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지금 올라가야 하는지를 모르겠는 것이다. ‘금방 나오시겠지.’ 그냥 무작정 기다리기 시작했는데 1시간이 다 되도록 나오지 않으셨다. 기다림에 지쳐갈 때쯤 문이 열리고 환자가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환자분 이제 올라가요!” 환자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고는 “여태 기다리고 있었어? 그냥 올라가지 왜 기다리고 있었어”라며 놀랐다. 이때부터 내게 마음이 열렸는지 이것저것 말씀해 주셨고 해병대 출신이시라던 환자의 말에 복도에서 마주칠 때면 손을 머리에 붙이고 “단결”하며 손경례하는 사이가 되었다.

내가 실습하던 곳은 혈액종양내과였기 때문에 암환자들이 대부분이었고 자신의 병명을 모르는 ‘시크릿 환자’들도 꽤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인계를 듣고 있는데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그 환자가 자기가 cancer인거 몰랐잖아. 확진 나와서 아들이 말해서 알게 됐는데 충격이 심한 것 같아요. 치료 안 받고 오늘 간다던데.” 잠시 잊고 있었다. 암이라는 것이 큰 충격을 받을 만큼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또 그 환자가 시크릿인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인계가 끝나고 그분의 병실 앞에서 서성거렸다. 오늘 퇴원하시는데 뭐라 인사해야 할까. 그냥 모른 척 해야 할까.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환자는 짐을 다 싸고 환복까지 하고 계셨다. 어쩔 줄 몰라 꾸물거리다가 그냥 밝게 인사하자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안으로 옮겼다.

그 순간 환자가 나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하셨다. “어∼ 학생 안녕.” “안녕하세요. 오늘 퇴원하신다면서요? 벌써 옷 다 갈아 입으셨네요.” 환자는 나를 보고 씩 웃더니 “응. 학생 나 이제 다 나아서 집에 간다. 이제 안아파”라고 말했다. 웃으며 다 나았다고 거짓말하는 환자의 말에 마음이 싱숭생숭 했다. 나도 그래서 모르는 척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래요? 잘됐다.”

환자는 나에게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간호사가 되라고 말했다. “단결. 이제 아프지 마시고 조심히 가세요.” 환자는 손을 흔들며 병동을 나갔다. 마음이 무거워진 채로 다시 스테이션으로 돌아왔다. 수 선생님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셨다. “오늘 만우절인데 그냥 아무것도 없이 지나가네?” “에이 쌤. 그걸 요즘 누가 신경써요.”

4월 1일. 나와 환자가 한 거짓말. 그 당시 심란한 마음을 숨기고 단 것으로 포장했던 거짓말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묘한 맛이 났다. 다 나아서 간다던 거짓말이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만우절을 만들었다. 그냥 한때 스쳐가는 실습생이라 생각할 수 있었을 텐데 그곳에서 작은 존재라 여겼던 나를 배려해 주는 이가 있었다. 힘든 실습에 의미를 부여해준 그 작은 거짓말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 어디서든 치료 잘 받으며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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