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Home / 간호문학상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인쇄
제34회 간호문학상 수필 가작
그날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3-12-18 오전 09:35:00
- 장우희(서울대병원)


드라마 속의 한 자매가 커피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앉았다. 동생이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하자 언니는 아무 말 없이 동생의 손을 꼭 잡는다. 카메라는 맞잡은 두 손을 오랫동안 클로즈업하여 화면에 담아낸다. 그 손을 보고 있자니 문득 작년 호스피스 병원에서의 실습이 떠올랐다.

2년 동안의 임상실습 과정 중 마지막 실습이었다. 관심있는 분야를 고민하고 스스로 알맞은 실습지를 찾아가는 ‘선택실습’ 이었다. 나는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분들과 그들에게 어떤 간호가 이루어지는지 알고 싶어 호스피스 병원을 택했다.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말기 암 진단을 받으신 분들이었다. 간간이 고통으로 신음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그 때 뿐, 병원은 고요했다. 세상의 잡다한 소음들이 그곳에서는 숙연하게 잦아들었다.

그곳에서의 실습도 일주일이 지날 무렵이었다. 새로 입원할 남자분이 오셨다. 그분도 말기 암 환자분이셨다. 깔끔하게 삭발한 머리에 쌍꺼풀 없이 가늘고 얇은 눈매가 매섭게 느껴졌다. 가끔 넉넉한 환의 사이로 앙상하게 마른 몸이 드러나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그 분에게 쇄골 밑 정맥으로 관을 삽입하는 처치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간호사 선생님과 나는 필요한 물품을 챙겨 병실로 향했다. 왜소한 몸과 달리 강인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 환자분은 담담하게 눈을 감고 누워계셨다. 준비를 끝낸 의사 선생님이 쇄골 밑으로 관을 집어넣으셨다. 순간 환자분의 미간이 심하게 찌푸려지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때, 간호사 선생님께서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학생 선생님, 환자 분 손 좀 잡아드리세요.”

‘네?’ 반문하고 싶었다. 왠지 환자분이 내 손을 뿌리칠 것 같았다. 날카롭게 곤두선 신경이 날 향해 무언가를 마구 쏟아낼 것 같았다. 머릿속으로 거절당하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초 단위로 생각하며 주춤주춤 환자분께 다가가 오른손을 잡았다.

‘꼬옥’ 의외였다. 내 손을 뿌리치거나 힘없이 피부만 맞닿아있을 것 같았던 예상과 달리 환자분은 내 손을 꽉 잡으셨다. 내가 잡는 힘보다 환자분의 잡는 힘이 더 강했다. 안도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꼭 잡은 손으로 강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것은 ‘두려움’ 이었다. 그렇게 강하고 냉철해 보이는 분이 떨고 있으셨다.

나는 2년 동안 실습을 하면서 많은 환자분들을 만났고 그분들이 받는 큰 수술과 힘든 치료과정을 지켜봐왔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이미 잘 알고 있고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설픈 짐작에 불과했다. 덩그러니 놓인 환자분의 손을 잡는 순간 알게 되었다. 그동안 환자분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두려움에 떨었다는 것과 오롯이 혼자 그 고통에 직면했었다는 것을.

나는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혹시 알면서도 외면해왔던 것은 아닐까? 힘들어하는 환자분을 보고 용기 내 다가가기보다 거절당할까 두려워하며 내가 상처받지 않도록, 나를 먼저 보호하려는 내 이기심 뒤에 숨어 모른 체했던 것은 아닐까? 그날의 실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러 가지 질문들이 복잡하게 뒤엉켰다.

나는 오랫동안 좋은 간호란 무엇일까 고민했었다. 그 날, 어쩌면 그 고민의 답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분들이 겪는 어려움을 막연한 예측으로 끝내지 않는 것, 위로와 공감의 말을 건네는 것, 눈을 맞추고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토닥이는 것처럼 작고 소박한 것도 ‘좋은’것에 포함되지 않을까. 그 날, 나는 호스피스 병원에서 진짜 실습을 했다.
  • 건보공단
  • 박문각 신희원
  • 스마트널스
간호사신문
대한간호협회 서울시 중구 동호로 314 우)04615TEL : (02)2260-2571
등록번호 : 서울아00844등록일자 : 2009년 4월 22일발행일자 : 2000년 10월 4일발행·편집인 : 김영경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영경
Copyright(c) 2016 All rights reserved. contact news@koreanursing.or.k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