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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회 간호문학상 - 시·수필부문 심사평
홍정선(문학평론가·문학과지성사 대표)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1-12-20 오후 17:06:45

◇ 간호문학상 심사하며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 느껴

 간호문학상을 심사하는 일은 즐겁다. 주요 일간지의 신춘문예나 상금이 많은 유명 문학상을 심사하는 일보다 간호문학상을 심사하는 일이 훨씬 즐겁다. 그것은 간호문학상 심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분 때문이다. 간호문학상을 심사할 때 나는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믿을만하며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기분과 느낌은 간호문학상 심사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축복이다.

 〈시부문〉 이점숙과 김하림의 작품을 두고 잠시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이점숙의 「퇴행」을 당선작으로, 김하림의 「시를 쓰라 한다면」을 가작으로 정했다. 그것은 이점숙의 시가 더 쉽고, 자연스럽고, 따뜻했기 때문이다.

 당선작 이점숙의 시에서 구사된 비유는 모두 실제 생활에서 얻은 것들이며, 그래서 쉽고 자연스럽다. 예컨대 “기저귀에 / 성도 몰라 이름도 몰라 / 진종일 엄마만을 찾아 보챘다”라는 구절이 바로 그렇다. 치매환자를 돌보며 얻었음직한 이런 표현은 참신하지 않음에도 우리들의 심금을 아리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행인 “닭똥같은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라는, 일견 평범해 보이는 말도 어떤 기발한 표현보다 환자에 대한 연민의 정을 잘 전달하고 있다. 비는 창밖에서도 환자의 눈에서도 내리고 있지만 실상은 이점숙의 마음 속에서 내리고 있는 것이다.

 가작 김하림의 「시를 쓰라 한다면」에 구사된 비유는 모두 지적인 비유이며 독서를 통해 얻은 것들이다. 황동규, 안도현, 황지우 등 중요한 시인들의 시구를 패러디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김하림의 시에는 젊음이 주는 진솔함의 치기가 들어 있다. 이 치기의 발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수필부문〉 박지은의 「늙은이와 꽃신」이 단연 뛰어났다. 그래서 당선작으로 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가작을 정하는 데에는 비슷한 수준의 작품이 5편이나 되어 어려움이 많았다. 이선혜, 박보영, 민상미, 박영희, 송현주의 수필은 모두 잊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히 쓴 것이어서 이선혜의 「깡통 참기름」을 뽑은 것은 우열을 구분하는 심사가 아니라 불가피하게 어느 한 작품을 고르는 방식이 되고 말았다.

 당선작 박지은의 「늙은이와 꽃신」은 한 치매환자의 행동을 유머러스하게 그리면서 그 환자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는 환자를 보살피는 일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 일을 즐겁게 수행해 나가는 자세가 글에서 느껴진다. 글을 읽는 재미와 글에서 얻는 교훈이 잘 어우러진 한 편의 수필이라 할 수 있다.

 가작 이선혜의 「깡통 참기름」은 시장에서 기름 장사를 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인 동시에 사라져 가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다. 글이란 어렵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써야 하는 것이며, 글 속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 이 수필을 가작으로 뽑는다.

 간호문학상 심사는 늘 아쉬움을 남긴다. 그 아쉬움은 문학적 표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선량함에서 오는 것이다. 글을 쓴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 모두에 수상이란 선물을 보내주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쉽다. 뽑힌 분들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뽑히지 못한 분들에게는 더욱 분발해 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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