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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0-03-23 오후 18:12:59

　지난해 4월 분홍 벚꽃잎들이 흩날릴 때 소화기내과병동에 들어왔으니 이제 1년이 다 되어간다. 잠시 임상을 쉬었다가 다시 환자를 돌보게 된 터라 많이 걱정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었다.

　소화기내과병동 특성상 출혈환자가 많고 오랜 만성질환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는 환자, 급성 간염과 췌·담관질환 환자가 주를 이룬다. 오랜 투병으로 많이 지쳐 있고 만성 통증으로 예민한 환자들이지만, 그 안에는 덕분에 잘 지냈다며 웃으면서 퇴원하는 환자와 지팡이 짚고 힘들게 보행하면서도 밤 근무하는 우리를 보며 잠을 못자서 어떡하냐며 안쓰럽게 걱정하시던 할머니, 자신은 금식 중이면서 식사는 했냐며 꼬박 물어주는 환자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의 지친 마음까지 헤아려주는 분들이 있어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낀다.

　때로 환자가 예민하거나 짜증부리고 협조를 안 할 때는 나도 덩달아 짜증 나기도 하고, 갑자기 터진 응급상황엔 마음이 급해진다. 근무 상황이 내 마음같이 안 돌아갈 때도 지치고 속상하다. 그럴 때일수록 내가 해야 할 일들만 생각하고 보이는 일만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일이 더 힘들어지고 지친다.

　이겨내지 못하면 악순환의 반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힘든 상황은 오랜 시간 많은 환자들을 반복 경험하면서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것들이라 생각하며, 나 자신의 마음을 열고 환자들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퇴원시켜 달라고 큰소리치던 할아버지는 비싼 입원비 걱정 때문이었고, 몽롱한 정신으로 신발도 안 신고 늘 가던 화장실도 못 찾던 할아버지는 매일 병든 할머니를 간호하느라 감기약을 먹었었고, 시술하기 전 보호자가 없어도 된다고 고집 부리던 할아버지는 바쁜 직장생활에 달려와야 하는 자식에게 미안해 전화걸기를 망설이셨던 것이었다.

　어느 날은 `오늘도 수고했다'는 엄마의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뻔한 순간도 있었다. 반복되는 교대 근무와 지친 체력으로 무기력함을 느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환자를 보고 겪으면서 같은 상황을 새롭게 느끼게 됐고, 달라지는 내 모습을 볼 때 시간의 흐름을 즐기게 됐다. 간호사 유니폼을 입는 매일 아침마다 처음 맞춘 유니폼을 입고 출근을 준비하던 이른 아침의 기분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