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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땅 아이티에 꿈과 희망을(김명숙/동국대일산병원)
긴급구호의료봉사단 체험기 - 김명숙 간호사(동국대 일산병원)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0-03-03 오전 10:13:23
아이티는 이번 지진대참사 전까지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한 나라였다. 지금은 비록 극빈국이지만 한국전쟁 때 우리를 원조했을 정도로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높았던 나라로 알고 있는 정도였다. 조계종긴급구호의료봉사단에 자원해 2월 4일부터 5일간 아이티에서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절망의 땅 아이티에 도착했을 때 국경 근처에 몰려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슬픔과 굶주림에 지쳐있었다. 주위의 코발트빛 아름다운 호수와 묘한 대조를 뤄 우리 일행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의 뽄뻰 지역에 도착해 현수막을 내걸고 세팅을 했다. 진앙지 중심은 아니어서 큰 수술을 요하는 환자나 위급환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조차 받지 못하다보니 가벼운 상처나 질병이 더운 날씨·위생상태 불량·영양결핍 등으로 인해 더욱 악화돼 있었다. 세끼 식사는 엄두도 못 내는데다가, 포만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진흙과자를 주식으로 먹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보며 안타까움이 커져갔다.
우리들은 조금이나마 환자들의 고통을 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는 의사전달에 다소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진료는 체계적으로 원만하게 진행됐다. 우리 봉사단의 소식이 알려지자 멀리서도 차를 몇 번씩 갈아타기까지 하면서 진료소를 찾아 왔다. 진료를 마친 환자들은 연신 ‘메르씨(감사합니다)’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가치관이나 종교, 각 단체들의 이념을 떠나 오직 절망의 땅 아이티에 희망을 주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모두가 한마음이 됐다.
구호활동의 역할모델로 운영되고 있는 독일 적십자사 긴급구호 캠프를 탐방했다. 병동·중환자실·수술실까지 갖춰 놓은 종합병원 급 캠프를 마련해놓고 국가차원의 의료구호지원을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이티에는 일회성의료지원이나 응급처치 수준의 진료보다는 꾸준한 의료지원체계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진흙과자로 연명하고, 건물 더미에 깔려 처참한 주검으로 방치돼 있으며, 시신조차 수습할 엄두를 내지 못해 도와달라고 절규하는 모습은 너무나 가슴 아픈 광경이었다. 우리나라도 그 옛날 보릿고개와 흉년이 들면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시절이 있었듯, 아이티도 오늘의 아비규환을 잘 치유하고 재건해 잘사는 나라로 거듭나기를 기원해본다.
이번 아이티 의료봉사에 참여한 의료인의 한사람으로 그들의 큰 상처를 조금이나마 함께 나눌 수 있었음에 보람을 느낀다. 또한 원만하게 의료봉사를 끝내고 돌아올 수 있도록 격려와 용기를 주신 병원 식구들과 주변의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절망의 땅 아이티에 꿈과 희망이 함께 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들이 고통에서 해쳐 나와 새롭게 삶을 살아가는 힘을 얻을 때까지 아비규환을 치유하는 아름다운 드라마가 지속되기를 기도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