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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간호사 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국 이길 것” --- 송현주 군산의료원 수간호사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20-10-08 오후 02:06:22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병상 운영이 벌써 세 번째 반복이다. 꽃샘추위 한창이던 2월의 끝날 대구에서 온 환자를 시작으로 7월 광주에서 온 환자와 광복절 이후 우리 지역에서 확진 받은 환자분들까지.

올해의 언제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국 이겼다’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 긴장과 두려움 속 첫 확진자 입원

대구에서 온 확진자를 군산의료원 첫 환자로 받은 날이 2월 29일 토요일이다. 잊을 수 없다.

이에 앞서 기존 입원해 있던 일반 환자들은 전원계획을 세워 이송했다. 격리병동을 만들고, 의료진과 환자들의 이동 동선을 확인하고, 엄격한 감염관리지침을 숙지하는 한편 방호복 착탈법을 반복해 연습했다. 이 모든 과정이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모니터링 해주는 순간순간들은 서로가 지킴이가 되고 수호자가 되어줬다.

비상 근무표를 받고 대기하는 날들은 긴장과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연일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은 암울했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부끄럽지 않은 간호사로 오랫동안 간호현장을 지켜왔지만 이건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됐다. 그래도 두려움을 이기고 국민의 생명수호에 나선 이들이 간호사다.

# 목소리로 마음 전하고, 두 귀로 외로움 들어주고

긴장 속에 들어선 음압병동에서 첫 환자와의 만남은 지금도 생생하다. ‘침착하게 차근차근, 서두르지 말고, 끝까지 우리 안에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게 하자.’ 지금도 나와 우리에게 하는 주문이다.

계속되는 고열과 급변하는 증상들,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소외감까지 느끼는 환자에게 더 많이 공감하며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코로나 환자를 돌본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도 이미 주변의 경계와 방어를 경험하고 있었기에 동변상련의 느낌이 저절로 들었다. 당시 상황에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서운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고글과 N95 마스크 때문에 공감의 표정을 보여줄 수 없어도 목소리를 통해 마음을 전하고, 방호복 때문에 환자와의 따뜻한 손맞춤은 어려웠지만 두 귀로 외로움을 들어주고, 미안하다고 하실 때는 괜찮다며 어깨를 토닥여 드렸다. 이곳에선 신체적, 정서적, 영적 간호 즉 최상의 전인간호가 이뤄지고 있었다.

# 격리병동에서 피어난 감사와 감동

격리병동에서도 감동은 있다. 환자가 되어 처음 와봤지만 다음에 제대로 전라도의 맛과 멋을 보고 싶다며 대구로 가신 분, 인생의 위기에 가장 외롭고 두려울 때 함께 있어준 의료진에게 고맙다며 눈물 흘리신 분, 삼복 더위에 방호복까지 입으니 얼마나 덥냐며 본인들 때문에 고생한다며 미안함을 전해오신 분, 그리고 퇴원하는 날 고마움을 손편지에 꾹꾹 눌러 쓴 팔순 어르신의 마음까지 감동이다.

간호사여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그 순간 얼굴에 눌린 상처나 땀으로 흠뻑 젖어버린 방호복 안의 사정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반대로 우리를 힘들고 속상하게 하는 것도 의외로 많다. 신고 있는 양말이 구멍났다며 양말을 달라는 경우는 그래도 양호하다. 기초정보 조사에 비협조적인 분, 배달음식을 불러달라는 분, 왜 가둬 놓느냐며 항의하시는 분, 내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니 치료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분들까지 입원환자 수만큼 다양하다.

# 시민들 응원 덕분에, 동료들 사랑 덕분에

방호복을 입는 순간부터 흐르는 땀은 어쩔 수 없다. 평소에는 손등으로 슥 문질러 버리겠지만 그마저도 못한다. 등줄기를 타고 속옷까지 흠뻑 적시는 땀방울,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눈에라도 들어가면 따끔거린다. 방호복을 벗을 때면 땀에 젖은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더위는 고글도 뿌옇게 만든다. 방호복을 입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호흡이 가빠지고 어지럽고 경미한 두통도 경험한다. 대한간호협회에서 보내준 아이스조끼를 챙겨 입었어도 너무 더운 날에는 그 효과가 짧다. 방호복을 벗고 청결구역으로 나왔을 때 동료가 건네는 시원한 얼음물엔 진한 사랑이 녹아 있다.

이젠 일상이 어땠는지 가물가물하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지독히도 나쁜 꿈. 누군가 흔들어서 이 악몽으로부터 나를 깨워줬으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져 본다. 오랜 여정 동안 함께 해준 군산시민들과 기업체들의 후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된다. 마치 ‘당신 덕분에’라고 토닥여주는 것 같아서 말이다. 간호팀으로 걸려온 시민의 수줍은 고백 같은 ‘아이스조끼 보내고 싶어요’라는 전화는 현장을 지키는 우리 간호사들에게 힘이 된다.

군산의료원이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서 코로나 안전지킴이 역할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지금까지 의료진에게서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건 군산의료원이 얼마나 잘 감염관리수칙을 준수하고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를 나타내 주는 결과이다.

오늘도 두려운 마음 위에 방호복을 덧입는다. 그리고 코로나와 싸우러 나아간다.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이며,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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