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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간호, 어머니의 눈빛을 닮았으면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4-10-28 오후 13:46:30

백항규 KBS 프로듀서


◇자식의 몸과 마음 속 아픔까지 알아보고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눈길
◇그 간절한 마음이 전하는 치유의 힘… 간호사들 눈빛에서 어머니가 보였으면

내가 경험한 최초의 간호사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다. 20대 중반 급성맹장으로 수술을 받고 나흘간 병원에 있으면서 느꼈던 그녀에 대한 기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심야의 라디오 음악방송을 홀로 듣고 있는 청취자의 모습이다.

8인실 병실에서 회진시간 외에는 입원환자들이 겪은 수술 전후와 관련된 무용담이 오가는 대화의 주였다. 나 또한 이 대화에 끼여 수술 전후의 무용담을 과장되게 풀어놓았고 서로 낄낄거리면서 무료한 시간을 소비했다.

당시 서울에서 혼자 하숙을 하던 나는 출근 직전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고 급성맹장(충수염)으로 결과가 나왔다. 의사는 바로 수술하자고 했으나 서울에 전혀 연고가 없던 나는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수술을 받았다. 서울 병원에서 김해공항을 거쳐 부산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까지 약 10시간의 과정을 마치 한 편의 무협지처럼 과장해 허풍을 떨었다. 병의 위중함보다 허풍이 얼마나 재미있느냐가 우리의 관심사였고 병원에서의 무료한 일상을 달래주는 재미였다.

그러한 환자들의 허풍에 익숙했던지 그 간호사는 별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듣기만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예상보다 며칠 빨리 퇴원하면서 담당간호사에게 형식적으로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그녀는 나의 허풍을 잘 들었다고 하면서 한마디 코멘트를 날렸다.

“예상보다 빨리 퇴원하는 것은 고향이라서 그런가 봐요.”

KBS의 〈러브인아시아〉는 다문화가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다문화인구가 30만을 넘었고 과거와 같은 갈등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그들에게 불편한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질병과 관련된 부분은 아마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몇 년 전 방송된 베트남 출신의 한 주부가 기억난다. 한국의 농촌으로 시집온 그녀는 힘든 형편 속에서도 단란한 가정을 이뤘고, 모범적인 가족의 이야기가 방송 소재로 채택돼 촬영을 시작했다. 촬영을 진행하던 중 그녀의 건강에 이상 증세가 나타나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다. 위장에 문제가 있는, 그리 심각한 병이 아니어서 약물치료로도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고 진단이 나왔고 제작진은 그녀와 함께 촬영을 계속했다.

그렇게 국내촬영을 마치고 베트남 해외촬영을 준비하던 중 그녀의 남편으로부터 갑작스런 연락이 왔다. 의사의 처방대로 약도 잘 먹고 음식을 먹는 데도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갈수록 몸이 야위어 촬영이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어쩔 수 없이 촬영을 연기하려고 하던 차에 그녀로부터 다른 연락이 왔다. 자긴 괜찮으니 베트남 촬영을 가자는 것이었다. 담당의사도 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었고, 결국 그녀의 의견대로 해외촬영을 시작했다.

십년 만에 딸을 본 베트남의 어머니는 야윈 딸의 모습에 눈물을 흘렸다. 일주일의 촬영기간 동안 어머니는 딸의 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촬영이 끝날 즈음에 그녀는 많이 좋아져 건강한 모습으로 한국에 올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를 음식이나 고향의 의미로 해석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현장에서 느낀 것은 바로 어머니의 눈이었다. 잠든 딸을 지켜보던 어머니의 눈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가까이서건 멀리서건 딸을 지켜보던 그 어머니의 눈은 딸의 몸 깊숙이 숨어있던 몸과 마음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아보는 것 같았다. 아마 삼십년 전 부산의 병원에서 수술 후 전신마취에서 깨어 처음 본 어머니의 눈이 저러했으리라.

간호의 간(看)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본다〉 〈관찰한다〉는 뜻이다. 그 글자의 형상이 손(手)을 눈(目)에 대고 똑바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본다〉는 뜻을 가진 많은 한자가 있음에도 看이라는 글자를 사용한 것은 아픈 사람을 돌보는 간호사의 눈빛이 다른 사람과 달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병원에서 옛날 맹장수술 후 보았던 어머니의 눈빛, 베트남 어머니의 눈빛을 많이 볼 수 있다면 아마 많은 환자들이 훨씬 빨리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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