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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 유연근무제 촉진 정책과 간호사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0-06-23 오전 09:41:09


 7∼8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사례조사를 위해 벨기에에서 기관방문을 하고 있었는데, 가이드가 러시아워가 시작되기 전에 끝내자면서 독려하기 시작했다. 그때가 오후 2시경이었다. 의아해하는 우리 일행에게 대부분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여성들의 퇴근시간이 오후 4시쯤에 몰리기 때문에 그 전에 일정을 끝내는 것이 좋다고 가이드가 설명해줬다.

 요즘 유럽의 아빠들은 해가 떨어지기 전에 퇴근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대부분의 엄마들은 20∼35시간만 근무하고 가정으로 돌아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이 보편적인 모습이 됐다고 한다.

 최근 정부는 단시간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제를 확산하기 위해 열심이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유연근무시간제가 언급된 바 있다. 이어 노동부가 유연근무제 촉진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여성부는 `퍼플잡'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가며 대국민 홍보에 힘쓰고 있다.

 유연근무제의 핵심 내용은 육아와 가사를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는 여성인력 등 노동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운 근로계층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률을 높이는 것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여성근로자들을 비정규직인 `파트타이머'로 내모는 정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단시간근무 확산 정책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은 단시간근무가 내재적으로 `여성의 단시간근무화' `단시간근무의 차별구조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단시간근무가 보편화된 국가에서도 여전히 어떻게 단시간근무의 `양질'을 확보할 것인가는 고민거리다.

 단시간근무가 활성화된 나라들은 연간 1800시간 미만을 근무하는 나라들이다. 2000시간 이상 근무하는 우리나라와는 여건이 전혀 다르다. 단순히 일자리 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양질'의 단시간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측면, 수용공급 및 사회적 제반 측면에서 단시간의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들을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특별히 경주되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경제사회노사정위원회는 여성 고령자를 위한 양질의 단시간 일자리와 다양한 근무시간을 도입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장시간근로 관행 개선과 근로문화 선진화를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제 `양질의 단시간근무' 촉진 정책은 정책 수준의 논의를 벗어나 노사 당사자의 합의라는 외형까지 보태어져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적으로 보건의료서비스 분야는 단시간근무가 활성화되어 있는 영역이다. 정부에서도 간호직역의 유휴간호사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야간전담간호사제 등을 도입해 단시간근무의 촉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중소병원에서 간호사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이유를 잘 살펴야 한다. 간호업무는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많지 않은 전문직종의 하나다. 하지만 3교대 탄력적 근무나 업무 강도에 비해 만족할 만한 처우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단시간근무가 활성화돼 있는 미국에서 간호사들이 1980년부터 유사 남성직종에 비해 낮게 책정된 임금체계에 대한 지속적 반차별 소송을 통해 여성직종의 임금 인상에 상당한 기여를 했던 역사적 경험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

 간호사들이 단시간 일자리에 나서려면 육아나 개인적 삶을 병행할 수 있어야 하고, 업무의 질과 양에 상응하는 대우가 확보되지 않으면 안 된다. 간호직역 차원에서 단순히 간호사 수의 증가가 아니라, 간호사들에게 보다 많은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근무시간제도를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료선진국으로서 세계적인 역량을 갖춘 우리나라의 간호사가 유럽이나 미국의 간호사와 견주어 부족하지 않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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