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9-11-25 오전 09:46:12

-지구 온난화 피해 여성에게 더 치명적, 재해 발생 시 자신보다 가족 돌보기 때문

-여성들이 앞장서 녹색생활 실천해야, 범여성계 참여 `위 그린' 활동 전개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4% 감축, 2020년 배출 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보다는 30%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확정했다. 이는 유럽연합(EU)이 개도국에게 요구하고 있는 BAU 대비 15~30% 감축 권고안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7월 일본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주요 의제로 논의했듯이,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국제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긴급한 이슈가 됐다. 지구 온난화가 이대로 계속 진행된다면 머지않아 전 세계는 가뭄·폭염·폭우·해빙·아열대성 질병 등 심각한 재앙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지난 8월 중순 태풍 `모라꼿'이 필리핀·대만·중국 등에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을 입히더니, 10월초에는 10여년만의 가장 강력한 태풍이라는 `멜로르'가 일본 본토를 강타했다.

　지구 온난화의 피해는 남성보다는 여성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런던 경제대학은 전 세계 141개국에서 1981~2002년 중 발생한 태풍·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해 연구한 결과, 재난이 발생했을 때 여성이 사망할 확률은 남성의 14배나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2006년). 그리고 이와 같은 여성의 높은 사망률은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또는 생리학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낮은 지위와 연관되어 있다고 결론지었다.

　많은 국가에서 여성은 자녀들과 나이 많은 노인들 그리고 가정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자기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어진다. 지난 2005년 태국의 쓰나미 또는 2008년 미얀마의 태풍 발생 시 남성보다 훨씬 많은 여성이 사망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재난이 발생한 이후에도 여성은 더욱 고통스럽다. 피해여성들은 구조(보호)받는 동안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일부 국가에서는 성폭행 등에 시달리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재앙은 하나로만 오지 않는다(禍不單行)'는 경구처럼 태풍이나 쓰나미가 할퀴고 간 지역에서는 여성(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영유아 사망, 자녀의 조기결혼, 성폭행, 인신매매, 성매매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에너지를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으로 사용하는 한편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온실 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정부는 친환경 마을/도시를 조성하고 에너지 절약형 건물 건축, 태양광 발전, 자연 채광 등을 유도하고 있다. 주민들은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자연 속에서 녹색생활을 하는 `커뮤니티 가든'을 꾸미기도 한다.

　이렇게 앞서가는 나라들의 경험을 보면 가정·학교·병원 등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 있는 비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가 가장 많이 감축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산업 부문보다 여성의 참여율이 높은 비산업 부문에서 여성들이 앞장서서 전기나 가스 절약하기, 물 아껴쓰기, 쓰레기 줄이기, 친환경제품 사용하기 등 녹색생활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비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따라서 일상에서의 온실가스 줄이기가 기후 변화의 대응에 있어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이 기후변화 대응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여성계는 여성부의 후원 아래 다양한 여성단체를 망라해 `G-Korea여성협의회'를 구성했다. `G-Korea'는 일자리 창출(Getting Job), 녹색생활(Green life), 희망나눔(Giving Hope) 등 범국민 3G 실천운동이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해 여성단체, 아파트 부녀회, 학교 학부모회 등의 회원으로 G-Korea여성실천단을 구성했다. 이들을 `위 그린(WE Green)'이라고 부른다. WE Green 운동의 운영은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한국여성경제진흥원이 공동으로 맡고 있다. 홈페이지(wegreen.or.kr)도 운영 중이다. 우리 모두 WE Green 운동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이인식(한국여성경제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