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6-18 오전 10:22:19

　“그냥 바람 가는대로 배 띄워 놨다 생각하고 호수 같은 마음으로 가도록 해.”

　힘들 때마다 친구가 보내준 이 글귀는 큰 위로가 된다. 두고두고 꺼내보면서 마음을 다져보곤 한다. 눈을 감고 호수에 떠 있는 배를 상상하며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보면 반복되는 일상마저도 소중하게 여겨진다.

　며칠 전 휴일 한가로이 인사동 거리를 거닐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가족 단위로 나들이 나온 사람들을 보면서 신규간호사 시절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아버지 병원 근무가요, 일 열심히 하고 올게요.”

　“일이 아니고 봉사 다녀오겠다는 맘으로 다니도록 해라.”

　아버지의 말씀을 되새기며 하루하루 봉사하는 마음으로 근무에 임하고자 애써본다.

　캄보디아에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생활환경으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베풀 수 있어 행복했다. 간호학생 시절 방학을 이용해 지방으로 의료봉사를 다니던 서클활동이 이어져 졸업 후에도 병원 모임 등을 통해 봉사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간호학을 전공했기에 어려운 사람들 곁에 한 발짝 더 가까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라 확신한다.

　일상적인 근무를 하다가 가끔 주어지는 봉사기회를 통해 베푼다는 마음으로 나서지만, 막상 돌아오는 발걸음은 내게 더 많은 도움이 됐고 큰 것을 얻었다는 뿌듯함으로 가득하다. 휴가를 내면서까지 봉사에 참여하는 이유다.

　올해로 병원 근무 30년. 어느새 세월이 이리도 흘렀을까. 간호사로서 우리의 직장이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봉사에 다가가기 쉽고, 늘 타인을 위해 베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다는 데 감사하다. 가깝게는 우리의 이웃, 좀 더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세계 곳곳에서 어려운 사람들이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들을 찾아 나서는 것이 생각만큼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올해도 절반이 되어가는 이즈음 베푸는 삶을 가슴에 새기면서 오래전 아이와 함께 만든 우리 집 나름의 가훈 `쓰이는 사람이 되자'를 떠올려본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보살피는데 최선을 다하고, 간호로 이 사회에 올바르게 쓰이는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스스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