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7-01-18 오전 09:26:04

“얼굴이 왜 그래요?”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말이다. 불청객인 접촉성 피부염이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 열심히 치료를 받았으나 그 순간뿐 우후죽순격인 울긋불긋한 뾰루지로 내 얼굴은 더욱 고통을 받고 있다.

　이제 거울을 보기가 싫고 두려워진다. 스스로 위로를 해보지만 우울하고 괴로운 심정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또 다른 치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민간요법을 소개해 주는 등 친절어린 조언을 해준다.

　그러나 때로는 더욱 혼란스럽고 짜증스럽다. 인사처럼 가볍게 던지는 말들도 이제는 그냥 웃고 넘어 갈 수 없다. 그만큼 민감하다.

　새해를 맞이했지만 호전되지 않는 얼굴에 대한 고민은 더욱 늘어만 가는 가운데, 문득 18년간 몸담아왔던 간호사로서의 내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돌아보게 된다.

　얼굴에 난 뾰루지에는 끊임없이 관심을 집중시키고 치료받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간호사로서의 얼굴에 난 뾰루지가 있어도 너무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사람들의 많은 조언들을 오히려 짜증스러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말이다.

　어느덧 잔주름과 뱃살은 늘었고 내 얼굴의 뾰루지들은 여전하지만, 간호사로서의 얼굴조차 보기 흉한 모습을 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껏 간호사로서 아프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면서 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보다 오히려 내가 그들에게서 배우고 받은 것이 더욱 많았으리라. 이제는 진실로 그들에게 사랑과 정성으로 보답하고 싶다.

　한 동료 간호사가 언제인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우리의 얼굴을 보면서 희망과 위안을 얻고 싶어 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표정 하나 그냥 대충 할 수가 없어요.”

　새해에는 나의 관심을 간호사로서의 얼굴을 아름답게 가꾸는데 집중해 보고자 한다. 잔잔한 회복의 향기가 묻어나는 간호사의 얼굴로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면서.

고민자(제주한마음병원 수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