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편집국] 이경주기자   kjlee@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0-08-24 오후 16:13:02

　환자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안전한 보건의료 시스템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실수를 하지 못하게 하거나 실수하기 어렵게 만드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보건의료인 단체에서는 환자 안전을 위한 상설위원회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환자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본격적인 노력이 시작된 계기를 만든 보고서가 우리말로 번역 출간됐다. `미국의 보건의료 질 향상' 프로젝트 보고서인 `사람은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보다 안전한 의료시스템의 구축'을 이상일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펴냈다. 이퍼블릭 출판사 발간.

　이상일 교수는 “우리나라 환자들은 병원에서 안전하게 진료를 받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국내에서 환자 안전에 대한 실증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연구가 이뤄진 바가 없기 때문에, 문제의 규모나 심각성에 대해 거의 알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위해사건에 대해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하면서,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환자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불쏘시개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의료오류 사망자 실태 = 번역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입원 중 의료오류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가 연간 4만4000∼9만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자동차 사고(4만3458명)나 유방암(4만2297명)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더 많다.

　뉴욕주의 경우 입원환자 위해사건(adverse event, 의학적 조치에 의해 생긴 손상) 발생률은 3.7%로 조사됐다. 이중 13.6%가 사망했고, 2.6%에서 영구적인 장애가 남는 손상이 발생했다. 가장 흔한 위해사건은 약물합병증(19%)과 상처부위감염(14%)이었다.

　콜로라도와 유타주의 경우 입원환자 위해사건 발생률은 2.9%, 이중 6.6%가 사망했다. 위해사건의 절반 이상이 의료오류에 기인한, 예방이 가능한 것이었다.

　◇안전한 보건의료 시스템 구축 = 보건의료 시스템이 날로 복잡해지면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사람이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환자가 사고로 인해 손상을 입지 않도록 안전한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 안전을 기관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인간이 갖는 한계를 고려해 표준화·단순화된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한다. 오류를 자발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예방 가능한 투약오류 줄이자 = 예방이 가능한 투약오류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투약오류는 기록하지 않거나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연구에 따르면 약물 위해사건 731건 중 의사, 간호사, 약사가 보고한 경우는 92건에 불과했다.

　투약오류 예방을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투약 용량, 시간, 용량 척도의 표준화 △처방 기입 및 규칙의 표준화 △의사 오더 입력 전산화 △고위험 정맥주사제는 중앙약국에서 공급 △병동에 고농도 염화칼륨 보관하지 않기 △환자 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장치(예:알레르기 약물 팔찌) △환자 자신이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알고 있을 것 등이다.

　◇환자안전센터 설치해야 = 정부기구에 환자안전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정부는 의료기관과 협력해 오류 보고체계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의사, 간호사 및 주요 보건의료 제공자들의 면허를 정기적으로 갱신해야 한다.

　보건의료인단체에서는 환자 안전을 위한 상설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환자 안전 교육과정을 개발해 실시하고, 웹 사이트와 간행물 등을 통해 환자 안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는 오류 보고 및 분석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의료인과 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팀 훈련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편집국] 정규숙기자 kschung@koreanur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