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편집국] 정규숙기자   kschung@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4-12-10 오전 08:40:05

◇남자간호사, 공중보건업무 종사하며 병역의무 이행

◇간호대학 입학 남학생 증가 추세
◇남자간호사 2016년부터 매년 2천명 배출

◇공공보건의료기관 간호사 안정적 확보
◇국민들에게 질 높은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국민을 위한 공공의료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공중보건간호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공공보건의료기관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간호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남자간호사들이 공중보건의료인으로 근무하며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공중보건간호사제도 도입을 위한 병역법 개정 공청회'가 12월 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공청회는 정미경, 신경림, 김광진, 최동익 국회의원이 주최했다. 대한간호협회, 대한남자간호사회, 전국간호대학생연합에서 공동주관했다.

△공중보건간호사제도 왜 필요한가 = 이날 공청회에서 오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의료취약지역 및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간호사 인력 부족 해소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공중보건간호사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오영호 연구위원은 “보건의료분야에서 정부와 공공보건의료의 역할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며 보편적인 현상이 된 데 비해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부문은 아주 취약한 수준”이라며 “공공병원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간호사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이를 위해 공중보건간호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대학에 입학하는 남학생이 크게 늘면서 남자간호사의 공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공중보건간호사제도 도입을 위한 여건은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공중보건간호사제도가 시행되면 공공의료서비스 취약지역 및 지역별 간호인력 불균형을 해소함으로써 국민 의료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게 되고, 남자간호사들의 경력단절 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자간호사 매년 2000명 배출 시대 = 2016년부터 매년 2000여명의 남자간호사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간호대학에 입학하는 남학생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남자간호사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간호대학에 입학한 남학생 수는 2014년 3505명으로, 전체 간호대학 입학생 중 15.6%를 차지했다. 2005년 788명(6.5%)에 비하면 남학생 비율은 2.5배 가까이 증가했고, 남학생 수는 4.5배 증가했다. 남자 입학생 수는 2013년 3278명(15.1%), 2012년 2923명(13.9%), 2011년 2232명(11.6%), 2010년 2188명(12.4%)이며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간호대학에 재학 중인 남학생 수는 2014년 9796명으로, 전체 간호대학생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1993년 남학생 57명(0.3%)에 비해 무려 172배가 늘어난 셈이다.

남자간호사는 2014년 기준 총 7443명으로 전체 간호사 중 2.3%에 해당된다. 2004년 829명에서 9배나 크게 늘었다.

△병역법 개정안 발의 = 남자간호사들이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하면서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한 '병역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신경림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2012년 9월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서는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사람도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공중보건의사 명칭을 `공중보건의료인'으로 변경하고, 공중보건의료인에 `간호사'를 포함시킨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만을 공중보건의사로 임용해 공공의료기관에서 군복무를 대신하게 하고 있다.

△공중보건간호사 필요하다 한목소리 = 공청회에서는 주제발표에 이어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로 나선 박순화 대한간호협회 이사는 “최근 공중보건의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의료취약지역 공중보건업무에 차질이 우려되며,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 또한 간호사 인력 수급이 어려워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공공의료의 간호서비스 질적 수준 향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기 위해 공중보건간호사제도 도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순화 이사는 “병역법 개정안의 취지는 단순히 남자간호사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기관의 간호인력 부족현상 및 경영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며 “지역 중소병원의 간호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 등 국민건강증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 분야의 대체복무제도 요구와 유사하게 다뤄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장언 대한남자간호사회장은 “의료취약지역과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간호사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공중보건간호사제도 도입이 최선이며, 매우 시급히 추진해야 할 때”라면서 “남자간호대학생들을 졸업 후 간호사가 부족한 공공보건의료기관 등에 공중보건간호사로 투입하는 것이 간호대학 입학생 수를 매년 증가시키는 정책보다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주은규 전국간호대학생연합 의장은 “남자간호대학생들은 군복무를 재학 중에 할 경우에는 학력단절, 졸업 후에 할 경우에는 경력단절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설문조사결과에서 나타났다”면서 “매년 2000여명 이상 안정적으로 간호대학에 입학하고 있는 남학생들이 공공병원의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공중보건간호사제도 도입을 강력히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임현실 김천의료원 정책평가감사실장은 “공중보건간호사제도는 지방공공병원의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될 것이며, 기대가 크다”며 “특히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 추진하는 데 있어서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중보건간호사제도가 도입된다면 중소도시 공공의료기관에 우선 배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료는 국가가 국민들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서비스이며, 의료취약지역 간호인력 부족은 정부가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공중보건간호사제도는 취약한 공공의료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현호 국방부 인력정책과장은 “대체복무제도 도입은 전체 병역자원 수급계획과 타 분야와의 형평성 등을 모두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면서 “공중보건간호사제도는 현재 국방인력 수급 상황에 맞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규 병무청 산업지원과장은 “저출산으로 인해 병역자원이 급감하고 있고, 앞으로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며 “현재 정책방향은 대체복무제도를 축소 또는 폐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임을기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공중보건간호사제도가 의료취약지역의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의료자원과 병역자원 두 가지 가치를 함께 고려해야 하며, 국방부와 심도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한 최동익 국회의원은 “의료제도는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간호사들을 공중보건의료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남자간호사들을 공공의료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림 국회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공중보건의사가 줄어들고 있는 문제를 보완하고,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간호사 확보를 위해서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제도를 개선하고, 공중보건간호사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병역법 개정을 통해 공중보건간호사제도가 도입되면 공공보건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축사를 한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남자간호사가 늘고 있는 추세에 맞춰 사회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오늘 공청회는 열악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간호사를 확보하기 위해 남자간호사를 공중보건간호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좋은 취지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함께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남자간호사들이 국민들에게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병역의무를 다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국가 전체로 볼 때 생산적이고 보람 있는 일”이라면서 “국방부에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의료취약지역이 해소된다면 국민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을 것”이라면서 “공중보건간호사제도가 반드시 도입될 수 있도록 국방부에서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회식에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간호사들을 격려했으며, 김옥수 대한간호협회장이 인사말을 했다.

정규숙·김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