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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주혜진기자   hjjoo@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5-07-07 오전 10:24:10

◇“내 환자에게 메르스 못 오게 … 해야 할 일 했을 뿐”
◇국민들, 메르스와 싸우는 의료진에 응원 메시지


지난 5월 20일 한국에서 메르스와의 전쟁이 선포됐다.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들이 메르스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메르스 최일선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의 행보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연합뉴스, KBS, MBC, SBS 등 주요 언론을 통해 집중 조명되고 있다. 투철한 사명감과 간호정신으로 환자 간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이야기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정부는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를 꾸리는 등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매일 정례 브리핑을 발표하고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국민들은 의료진들을 응원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은 중동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바이러스로 고열,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국내에서는 5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했다.

◇ 간호사가 눈물로 읽은 임종편지

언론과 국민들이 의료진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김현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간호사의 편지에서 시작됐다.

“최선을 다해 메르스가 내 환자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맨머리를 들이밀고 싸우겠습니다. 더 악착같이, 더 처절하게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습니다.”

환자를 향한 애정과 간호사로서의 투철한 소명의식이 고스란히 담긴 이 편지는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며 애쓰고 있는 의료진에게도 힘을 실어줬다.

을지대병원에 입원한 A씨와 가족들의 `임종편지'도 화제를 모았다. A씨의 경우 병원에 메르스환자가 발생해 면회가 금지됐고, 병문안 왔던 가족들은 자택격리 대상자로 분류되면서 `메르스 이산가족'이 됐다. 그러던 중 상태가 악화돼 임종을 앞두게 된 것.

가족들은 간호사에게 임종편지 전달을 부탁했다. 가족들이 전화로 편지를 읽고, 간호사가 이를 받아 적어 A씨에게 대신 읽어줬다. 그리고 가족을 대신해 A씨의 임종을 지켰다. A씨의 남편은 간호사들에게 “아내의 임종을 지켜주고, 편지로라도 임종을 할 수 있도록 애써줘서 감사하다”는 글을 전했다.

심폐소생술을 하다 메르스에 감염된 신교연 건양대병원 수간호사의 사연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신교연 수간호사는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후배 간호사들을 돕기 위해 음압격리병실로 달려갔다. 환자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1시간 넘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고 격리병원으로 옮겨가는 중에도 동료에게 괜찮은지 확인전화를 했다고 한다. 신교연 수간호사와 접촉했던 주변 간호사와 의료진 80여명은 14일간 격리됐다 모두 해제됐으며, 다행히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국립중앙의료원에 투입된 40명의 간호사, 강동경희대병원 인공신장센터에 투입된 23명의 간호사도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메르스 감염병관리기관에 투입될 간호사를 구하는 보건복지부의 긴급 공고를 보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간호사들이다.

강동경희대병원에 투입된 청일점인 김모 간호사는 매일 방호복을 입고 오전·오후 투석실에 들어서면서도 “제가 가장 젊고 남자라 체력이 좋으니 기꺼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중앙거점기관으로 음압병상 18개를 갖춰 국내 기관 중 음압병상 수가 가장 많다.

◇ 전신 방호복 입고 힘겨운 사투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간호사들은 바닥난 체력을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간호사들은 공기가 통하지 않는 전신 방호복을 입고 숨쉬기 힘든 N95마스크를 쓴다. 땀이 많이 나 탈수 증세는 물론 두통과 구토 증상이 나타나기 일쑤다.

정상적인 생활도 어렵다. 병원 밖을 나가지 못해 도시락을 배달받아 먹고 있다. 가족들이 불이익을 당할까봐 수 주째 병원에서 생활하며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영상통화나 전화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랜다. 메르스 치료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이나 주변사람에게 숨기는 경우도 있다.

간호사들은 “메르스 환자를 돌본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따돌림을 당하게 될까봐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가족들이 이웃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익명의 의사, 간협에 후원금 보내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각 병원에는 어린이들의 정성이 담긴 손편지와 생필품이 담긴 선물 등이 잇따르고 있다.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필요한 물품을 후원하고 있으며,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민들은 메르스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힘을 북돋워주는 메시지를 적어 전달하기도 했다. `메르스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 메르스 극복을 기원하는 움직임이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다. 국민들의 응원을 받은 간호사들은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셔서 감사하고 보람되다”며 “간호사로서 맡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한 의사가 메르스 환자를 돌보고 있는 간호사들을 위해 써달라며 후원금 300만원을 대한간호협회에 보내왔다.

이름을 밝히길 원치 않은 이 의사는 김옥수 대한간호협회장에게 이메일을 보내 “메르스 환자를 간호하면서, 환자 간호 중에 어쩔 수 없이 환자가 되어, 극한 상황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간호사들을 생각해본다”면서 “작은 성의로 후원금을 보내니 메르스와 싸우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곳에 써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