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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김숙현기자   shkim@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4-09-30 오전 11:32:06

여보, 당신이 좋아하는 가을이 왔어요. 어제는 아이들 학교에서 2학기 회장선거가 있었어요.

우리 큰딸 은진이는 부회장이 되었고, 은하는 9월 반장이 되었다고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자랑을 하는데, 어찌나 당신 생각이 나던지 속으로 울음을 참느라 힘들었어요. 당신이 옆에 있었으면 바로 전화로 알려줬을 텐데. 그러면 당신은 퇴근하면서 아이들 좋아하는 통닭 한 마리 시켜주라고 했겠죠. 그래서 내가 당신이 했던 것처럼 해주었어요. 나 잘했죠?

너무 보고 싶고 또 보고 싶고, 당신 얼굴도 만져주고 싶고, 당신 발도 씻겨주고 싶은 마음 간절하네요. 당신이 너무 그립네요.

당신 나에게 정말 좋은 남편이었던 거 아세요. 무뚝뚝한 것이 당신 매력이었죠. 그런 당신을 내가 참 많이도 좋아했어요. 당신도 알죠?

아이들에게도 좋은 아빠였지요. 당신의 빈자리까지 내가 채워주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되지 않아요. 당신의 자리가 너무 커서 힘들어요. 하지만 우리 예쁜 딸 셋 키우려면 힘내야겠지요. 　힘내라고 당신이 그곳에서 응원해주세요. 걱정하지 말라고, 당신이 항상 지켜주겠다고, 사랑한다고 해주세요. 여보, 사랑해요. 마음에 사무치도록 그리워요.

어제는 친정아버지께서 노인병원에 입원하셔서 당신을 찾으시더라고요. 기억이 가물가물 하셔서 정호 보고 당신 사위라고 하시는데, 마음이 아팠어요.

이제는 가을이라 우리 막내 아토피도 많이 좋아졌어요. 내가 막내에게 아토피 아빠 주자고 하니까 안된다고 하네요. 아빠도 자면서 저처럼 긁는다고. 그래서 그냥 웃었네요.

여보, 당신의 훌륭한 뜻인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을 찾은 사람들도 건강하게 살면서 또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아빠는 아주 아주 훌륭한 사람이었고, 너희들을 언제까지나 사랑한다고 알려주면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키우려고 항상 노력할게요. 당신은 그곳에서 지켜봐주세요.

언제까지나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
　　＊ 이 글은 생명잇기에서 인터뷰해 정리한 장기기증 스토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