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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3-10-30 오전 08:18:43

채승병(삼성경제연구소 산업전략1실 수석연구원)

◇보건의료서비스 혁신 위한 필수 자원
◇데이터 관리와 분석, 전략적 활용 따라
◇디지털 시대의 승자와 패자 갈린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연휴 뒤끝마다 치르는 홍역이 있다. 바로 울혈성심부전증으로 입원하는 노인들이 급증하는 현상이다. 연중 그럭저럭 건강을 유지해오던 노인들이 명절 중에 염분이 많은 음식을 과식하면서 심장과 폐 기능에 결정적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이 문제에 도전장을 내민 곳이 있었다. 그곳은 보건당국이나 전문 의료기관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소였다. 이곳에서는 발상을 바꿔 기존 심부전 병력을 가진 노인을 대상으로 재발 위험을 예측하고, 고위험 잠재환자들을 건강관리 프로그램에 등록시켜 명절 때나 폭염기, 환절기 등에 집중 관리해 발병을 막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다.

여기서 가장 핵심은 고위험 잠재환자를 정확히 판별해내는 예측시스템이다. 의학과 컴퓨터과학 양쪽에서 학위를 받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연구원들은 30만명 분의 전산화된 병원기록(EHR)에서 수백 가지 요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들 사이의 연관관계 및 영향모형,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한 분석모형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성공리에 환자별 울혈성심부전증 재발위험 평가모형을 구축해냈다. 이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여기에는 함부로 넘길 수 없는 거대한 보건의료의 방향전환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전 세계 유수 정부와 기업, 의료기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주목하는 대상이 바로 `빅데이터(Big Data)'이다. 어렴풋이 느끼다시피 우리 주변은 이미 데이터로 넘쳐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우리 생활에 침투해왔고, 더불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매일 눈뜨자마자 포털에서 각종 정보와 뉴스거리를 뒤적이고 하루 종일 SNS로 수다 떠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이 모두가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소비하는 활동이며, 여기서 생성된 데이터는 어디론가 전송되어 쌓여가고 있다. 병원에서도 매일 수많은 환자들이 오고 가며 이뤄지는 각종 진료, 처방 기록 등이 고스란히 데이터베이스에 쌓여가고 있다.

이런 데이터가 양만 많은 것이 아니다. 이제는 형식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다양한 데이터가 빠른 속도로 돌아다니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의료데이터만 해도 수천, 수만 가지 서식으로 제각각 써진 기록과 각종 검사에 쓰인 영상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빅데이터에서 이야기하는 `빅(Big)'은 이처럼 매우 방대하고(volume), 매우 다양하며(variety), 매우 빨라(velocity) 관리와 분석이 어렵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일컫는 표현이다.

과거에는 디지털 시대에 쌓여가는 데이터 대부분이 그저 처치곤란한 부산물 내지는 쓰레기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막대한 인터넷 데이터를 성공리에 관리하고 검색을 가능하게 한 구글, 막대한 고객의 쇼핑 데이터를 이용해 더 우수한 제품추천과 편리한 쇼핑환경을 만들어 세계적 유통사로 성장한 아마존 등에 의해 이런 인식은 바뀌게 되었다.

빅데이터도 체계적인 관리와 분석이 가능하다는 점, 더 나아가 이로부터 엄청난 가치를 끌어내고 경쟁의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빅데이터는 이처럼 활용 여하에 따라 쓰레기가 아닌 그야말로 노다지가 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핵심자원이다.

보건의료는 이미 이러한 빅데이터 활용의 핵심 영역으로 주목되어온 지 오래이다. 의학계에서 수집되고 있는 막대한 임상데이터와 최신 의료정보들은 진료에도 바쁜 의료진이 쫓아가기 매우 버거운 수준이 되었다. 이럴 때 빅데이터를 이용해 의사의 판단을 검증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은 오진과 의료사고의 가능성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 실제 올해 들어 IBM과 웰포인트, 슬로언 - 케터링 암센터 등이 공동으로 암 진단 지원 시스템을 개발해 출시하기도 했다.

또한 서두에서 봤듯이 보건의료의 전선을 생활 속 사전 예방관리로 앞당기는 데도 빅데이터는 점점 그 쓰임새가 높아지고 있다. 보다 지능화, 자동화되고 효율성 높은 보건의료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빅데이터는 필수적인 자원인 셈이다.

작년 초에 IBM CEO에 취임한 버지니아 로메티는 취임 후 두 달간 백여 곳의 세계 유수 고객사 CEO를 만나며 의견을 청취하고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모든 개별 산업에서 (빅)데이터를 얼마나 적절히 사용하느냐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보건의료도 마찬가지이다. 어려워지는 환경변화 속에서 서서히 늪으로 빠지느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탈출할 수 있느냐의 열쇠는 빅데이터발 혁신의 성패에 달려 있다.

한국의 보건의료계도 일각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곳에서는 빅데이터에 대한 오해와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혼란이 남아있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최고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차근차근 빅데이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문화의 배양이 이뤄져야 한다.

도저히 닿을 수 없는 머나먼 길로 보이지만, 애초에 빅데이터란 신천지도 현장의 생생한 데이터를 경영활동 개선에 반복적으로 이용해오며 장기적으로 역량을 축적해온 결과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러한 노력이 쌓여갈 때, 어느덧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의 지속성장이라는 고민이 모두 해결되는 미래가 열릴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