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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3-10-30 오전 08:17:54

김영욱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신뢰 회복과 편견 극복의 상호작용
◇헬스전문가 - 일반인 소통의 장 필요
◇헬스 위험에 대한 과장된 인식 경계해야

헬스커뮤니케이션은 건강에 대해 사람들이 지식과 이해의 공유를 통해 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단지 건강지식을 다루는 일이라면 정보를 잘 전달하고, 사람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유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사실상 헬스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은 일방적인 정보 전달로 끝나지 않는다. 많은 헬스관련 사안들이 복수의 의견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때로는 가치가 결부되어 극심한 갈등사안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미국 소고기 광우병 사태가 대표적인 예이다.

헬스커뮤니케이션은 질병을 단순히 알리는 것에서 건강과 질병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도모하는 것으로 발전해 왔으며, 종국에는 건강과 질병에 대한 건전한 의견교류를 통해 시민사회를 성숙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해 오고 있다. 결국 진정한 문제는 지식의 결핍이 아니라 이해와 신뢰의 결핍이다. 헬스 문제와 관련해 신뢰의 결핍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이러한 신뢰의 결핍은 대부분 헬스커뮤니케이션 문제의 근저에 작용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도 비슷한데, 전문가 중심의 일방적이고 기술만능주의적인 헬스커뮤니케이션 접근은 공중의 실제 인식과 의사결정 욕구와 부딪쳐 많은 파열음을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방사능 오염 식품에 대해 정부는 일방적으로 안전성을 고지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지만, 시민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방적인 정보 전달은 오히려 반발과 불신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확률적인 사고를 통해 불확실성을 수용하려는 경향을 보이지만, 시민들은 아무리 허용 가능한 위험이라고 하더라도 실생활에서 그것을 인정하기는 힘든 법이다. 또한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위험, 재앙의 가능성이 높은 위험, 자식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은 좀 더 심각한 위험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주관적인 위험 인식을 무시하기 보다는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이 이뤄질 때 건강을 다루는 기관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헬스전문가들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빠질 수 있는 편견에 대해서도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과학적인 사실은 때때로 인간의 실수에 의해서 뒤집히기도 한다. 원자력 사고가 그 예이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단단히 제어하더라도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는 통제하기 힘들다. 구제역 방재와 관련해 살펴보면, 아무리 정부가 처리 지침을 하달하더라도 아래 선에서 그것이 지켜지기 힘든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헬스전문가들은 특정 측면과 전체 시스템과의 조화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방사선 조사량 허용치에 대해 발표하는 경우에 특정 기술이나 식품에 대한 허용치를 제시하지만 사실상 그것이 축적되거나 다른 기술이나 식품과 복합적인 작용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함께 헬스전문가들이 인식하는 안전장치에 대한 과잉의존도 문제로 지적되곤 한다. 과다한 항생제의 사용, 지나친 약물 허용치 신뢰 등도 확인되지 않은 과신편견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헬스전문가의 편견은 때때로 큰 재난을 가져오기도 한다. 1986년 영국에서 처음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정부 당국은 사람 감염에 대한 위험성을 부정하고 소고기 섭취의 안전성을 홍보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영국 정부는 광우병과 사람 감염의 관련성을 인정하고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음의 질병에 감염된 뒤였다. 처음 광우병 발발 당시 보건정책에 관여했던 많은 헬스전문가들은 사람과의 관련성을 철저히 부정하면서 과학적인 결과를 홍보하는 데 열을 올렸지만, 결과적으로 과학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예상치 못한 대재앙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헬스전문가의 편견과 비교하면 일반인의 편견은 좀 더 일상적이다. 보통 미디어를 통한 과장된 위험인식과 의심스러운 사안에 대한 과잉 회피 경향이 그런 편견을 부추긴다. 예를 들어 신종플루, 살인 진드기 등에 대한 두려움은 언론에 의해 과도하게 과장된 측면이 많지만 그것을 쉽게 현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책임도 크다. 또한 임신부의 생선 섭취 위험성과 같은 경우는 위험성을 과잉 회피하려는 경향과 맞물려 필요 이상으로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와 함께 일상적인 보건 행동에서는 습관적인 행동에 대한 용인과 위험에 대한 자기중심적이고 낙관적인 사고가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과다 염분 사용이나 과식, 흡연 등이 그런 측면을 잘 설명한다. 일반인들이 가지는 이런 편견은 헬스커뮤니케이션을 어렵게 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 헬스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헬스 위험에서 발생하는 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첩경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헬스전문가는 사안에 따라 일방적인 헬스관련 위험커뮤니케이션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와 일반인이 소통할 수 있는 상시적인 공론의 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합의창출과 갈등해소가 가능한 잘 짜인 사회적 시스템 또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상업적인 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언론의 보도 행태도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헬스 위험과 관련해 전문가와 일반인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 주려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서로 간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