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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정규숙기자   kschung@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2-05-08 오후 13:00:41

“환자를 간호하는 데 남녀가 따로 있나요. 남자간호사라는 사실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습니다.”
“남자라는 특권도, 피해의식도 없습니다. 당당하게 선택한 길 간호전문직에 충실할 뿐입니다.”

　우리나라 남자간호사 5천명 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금녀의 벽을 깬 희귀한 존재,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남자간호사들이 이제는 병원과 지역사회 다양한 영역에 진출해 입지를 굳히며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다.

◇ 수술·중환자실 등 특수파트 주로 맡아
최근 일반병동에 배치되는 경우 늘어

　남자간호사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가천대 길병원(25명), 강남세브란스병원(40명), 건국대병원(20명), 건양대병원(21명), 삼성서울병원(39명), 서울대병원(29명), 서울아산병원(57명), 세브란스병원(40명), 아주대병원(26명) 등이다. 다보스병원의 경우 남자간호사는 14명으로, 전체 간호사의 10%를 차지한다.

　병원 내 근무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남자간호사들은 주로 수술실·회복실·응급실·중환자실 등 특수파트에서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반병동에 배치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남자간호사들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서울대병원 내과계중환자실 노화경 책임간호사는 “내과계중환자실 간호사 중 남자가 9명이며, 3교대 근무조마다 1∼2명이 배치된다”면서 “모두 잘 적응하면서 훌륭히 제 몫을 해내고 있으며, 체력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남자간호사들 덕분에 동료들이 도움을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건양대병원 박정희 특수부서팀장은 “남자간호사들은 평생직장을 원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남다르고, 이직률도 낮은 편”이라면서 “신입간호사 초기엔 여자간호사들에 비해 적응 속도가 느린 것 같지만 곧 제 자리를 잡으며, 기계를 다루는 데 능숙한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 희귀한 존재 - 호기심 대상 옛말
환자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신뢰

　남자간호사들은 환자들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신뢰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외래 신경훈 간호사는 “10년 전만 해도 환자들이 신기하게 바라보며 어색해했는데,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서 “특히 어른들이 믿고 의지하시며, 남자환자들은 남자간호사가 돌봐주길 직접적으로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전도진 응급실파트장은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간호사의 본분에 충실하며 열심히 일하는 데는 남녀가 따로 없다”면서 “후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주는 관리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응급집중치료실 최진오 간호사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늘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한다”면서 “그동안 영어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영어교육 자격증(TESOL)도 땄고, 지금은 중환자전문간호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병동 이상빈 간호사는 “간호대학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의아하게 생각하던 친구들이 지금은 모두 저를 부러워하고, 반대했던 부모님도 자랑스러워하신다”면서 “대학 전공을 100% 살릴 수 있는 직업을 갖기가 쉽지 않은데, 이 점에서 간호사는 매우 매력적인 전문직”이라고 말했다.

◇ 여성 중심 간호문화 적응하기 노하우
인생의 동반자 간호사 부부 늘어나

　여성 중심의 간호조직문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면서 동료들과 잘 지내기 위한 노하우도 다양하다.

　여성들의 문화적 코드를 이해하라. 상황과 감정 변화를 빨리 파악하는 눈치가 있어야 한다. 유머를 활용해 대화를 즐겁게 만들어라. 존중과 배려를 잊지 말라. 힘든 일이 있으면 먼저 나서서 도와라.

　다보스병원 10병동 박상현 간호사는 “군대에 한 번 더 왔다는 마음으로 나이 어린 선배간호사들을 깍듯이 대하다보니 갈등이 생길 일이 없다”면서 “환자나 동료들로부터 남자간호사가 있어 믿음직스럽고 병동 분위기가 좋다는 말을 들을 때 행복한 것을 보면 난 천생 간호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직업적 고충과 노하우를 나눌 수 있는 남녀 간호사끼리 부부의 연을 맺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북대병원 수술실 박재형 간호사와 QI실 최송희 간호사는 병원 1호 간호사 부부다. 아내 최송희 간호사는 “업무에 대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조언을 받을 수 있어 좋다”면서 “간호사에 대한 자부심과 삶의 안정감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외래비뇨기과 심현철 간호사와 외과계중환자실 공영하 간호사는 결혼 5년차다. 남편 심현철 간호사는 “3교대 근무를 하는 아내가 얼마나 힘든지 잘 알기에 가사 일과 육아를 적극적으로 나눠 맡고 있다”고 말했다.

◇ 남자간호대학생 초기 혼돈·갈등 겪어
멘토-멘티 프로그램 등 지지체계 필요

　남자간호사들의 적응력과 직무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간호대학에서부터 교육이 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군산대학교 박영례 간호학과장의 논문에 따르면 간호대학에 입학한 남학생들은 여학생 중심의 문화에서 갈등을 겪고 혼돈에 빠지게 되며, 점진적으로 적응해 나가면서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례 학과장은 “취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간호학에 대한 목표의식을 갖고 입학하는 남학생들이 늘고 있고, 이들이 훨씬 적응도 잘 한다”면서 “남학생들의 혼돈을 최소화하기 위해 밀착형 상담과 지지모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천과학대학교 김경혜 간호학과장은 “현재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남학생은 115명으로 전체 학생의 25%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남자간호사 선배들과 남학생들을 연결시켜주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각 분야의 남자간호사들을 초빙해 특강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삼육보건대학교 김선애 간호학과장은 “요즘 남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갖고 입학하는 추세”라면서 “직업에 대한 성 고정관념을 깨뜨려주는 것이 중요하며, 동시에 남성의 특성을 긍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동아리 활동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남학생들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은 병역문제다. 전국간호대학생연합 진형민 의장(중앙대 3학년)은 “간호학의 특성상 군복무로 학업이 중단되면 제대 후 따라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전공수업 시작 이전이나 국가고시를 치른 후에 군대에 가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간호사 면허로 국가에 기여하면서 병역의무를 다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가 발표한 `2012∼2016 군 의료체계 개선계획'에 따르면 병역의무가 있는 남자간호대학생을 간호장교·부사관후보생으로 선발해 간호사 면허 취득 후 장교로 임관하거나 하사로 복무하게 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 남자간호사 네트워크 활성화 돼야
현안이슈 제기하고 목소리 높이자

　남자간호사들을 위한 온라인 카페 `대한민국 남자간호사'가 2001년 개설돼 운영되고 있다.

　카페지기는 김성한 관동대의대 명지병원 심혈관센터 간호사가 맡고 있다. 회원은 3100여명에 이른다. 최근엔 남자간호사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고등학생과 학부모의 발길이 많아졌다. 매년 한 차례 오프라인 모임도 갖는다.

　대길사회복귀시설 푸른초장을 운영하고 있는 오경헌 간호사(정신간호사회 부회장)는 “남자간호사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병역문제 등과 같은 이슈를 적극 제기하고 논의하며,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면서 “대한간호협회 차원에서 남자간호사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적정진료팀 김진효 간호사는 “남자간호사 수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간호발전을 위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났으면 좋겠다”면서 “대한간호협회를 비롯한 간호단체 임원으로 남자간호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병원생활에 적응하기까지가 군대만큼이나 힘들다고 말하는 남자간호사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후회 없이 일하며 전문직 간호사로 당당하게 뿌리내릴 수 있어 행복하고 보람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민국 남자간호사들의 거침없는 질주와 빛나는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