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0-10-26 오후 17:41:45

◇ 글로벌 경쟁력 위해 친환경적 서비스 필수
◇ 단순한 에너지 절약이 그린 헬스케어 아니다
◇ 우수 아이디어 공모하고 인센티브 제공해야

　근래 전 지구적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병원계에서도 친환경적 그린 헬스케어(green healthcare)라는 주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구체적인 개념 정립도 확실하게 돼있지 않은 채 일부 병원들이 물자와 에너지 절약 등의 차원에서 대처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축 또는 리모델링하고 있는 대형병원들도 최첨단 설비와 의료기술만을 강조할 뿐 친환경적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그러나 이미 선진국에서는 병원에 그린 헬스케어의 개념을 도입해 구체적인 전략들을 실행하고 있으며, 국가적으로도 친환경적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선진국이 생각하는 친환경병원이란 친환경적 입지 선정 및 건축, 물 절약, 에너지 효율화, 물자의 재생 및 재활용, 친환경적 재료 사용, 대안수송수단 사용, 자연광 및 자연풍 이용, 유기농식품 사용, 폐기물 감소 및 안전처리 등 병원의 모든 서비스 과정에서 친환경적 개념을 도입하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친환경 의료서비스에 관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수가 많지는 않으나 주로 친환경 의료서비스가 환자와 병원직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환경적인 영향, 경제적인 영향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쾌적한 환경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를 보면, 미국의 경우 햇빛이 비치는 병실에 입원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와의 평균재원기간을 비교한 결과, 햇빛이 들어오는 병실의 양극성 장애환자의 경우 3.7일, 우울증 환자의 경우 2.6일이 더 짧았다는 보고가 있다.

　한국에서도 H대 병원이 햇빛이 들어오는 병실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 외과병동은 24.4%, 소아외과 18.1%, 소아과 13.3%, 다른 전문과는 8∼9.6%로 재원일수의 단축효과가 있었다. 노르웨이에서는 일주일에 1회 청소를 하는 병원건물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일주일에 2회 청소를 하는 병원의 직원들보다 현기증과 두통, 안구 염증, 피부 건조증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훨씬 많았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친환경적 건물 디자인을 할 경우 초기 비용은 2%정도 더 들어가나 장기적으로는 10배의 비용절감효과가 있다고 한다.

　환기를 많이 시킬수록 생산성이 증가하고, 실내 온도를 20∼22℃로 맞추었을 때 직원의 생산성이 가장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친환경 의료서비스의 효과에 대한 실증적 연구결과가 거의 없어 병원 경영자들의 적극적 실천의지를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친환경적 의료서비스의 개념을 염두에 두고 병원에서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사항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병원의 경영진이 친환경적 비전과 전략을 개발하고 솔선수범 참여해야 한다. 병원 전체와 부서별로 적절한 친환경 목표를 설정하고, 책임을 부여하며, 성과를 측정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물·물자 절감을 위한 개인별, 부서별, 병원전체 차원의 실천전략을 수립하고, 우수한 부서나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셋째, 친환경병원에 대한 비전과 전략, 성공사례 등을 교육과 회의, 홈페이지, 원내 소식지 등을 통해 전 직원이 공유해야 하며, 친환경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보상해야 한다. 원내에 친환경전담팀을 구성해 친환경 업무 개발 및 실천을 지도해야 한다.

　넷째, 진료·간호·기술·행정 등 모든 업무에서 친환경적 녹색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성 증대, 재생 및 재활용을 적극 실천하고 자원낭비나 유해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1회용 컵을 없애고 직원들이 개인용 컵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다섯째, 병원건물 전반에 친환경 개념을 도입해 친환경 소재의 바닥재·벽지·가구 사용, 소음 방지시설, 태양광 조명, 자연풍 냉방, 자동온도조절 기능, 건물 외벽 보온 장치, 연못과 옥상녹색정원 설치, 병원 내부 및 주변공간의 전면 금연 등 친환경적 디자인과 건축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병원 외부의 의료기기회사, 제약회사 등 공급자들과의 공급망 구축에도 친환경 개념을 도입해 독성이나 오염물질을 최소화한 원료 사용, 포장 간소화, 수송차량의 친환경적 수단 사용 등을 요구해야 한다.

　특별히 환자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노동 강도가 높은 간호부서에서는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간호부서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되는 환경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해 이를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간호부서 내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친환경적 간호서비스의 개념 및 실천전략을 개발, 교육해야 한다. 간호부서의 QI 활동 주제로 친환경적 간호서비스를 포함해 간호서비스, 간호재료, 간호환경 등에서 환경위해적인 요소를 찾아내고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친환경병원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병원 경영진이나 단위부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 부서의 참여와 유기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할 뿐만 아니라 병원이 위치한 지역사회와의 협조, 환자 및 이용객들의 호응, 외부 공급업자들의 협조, 정부의 지원 등이 함께 할 때 최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의료시장의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박리다매의 양적 진료서비스가 아닌 친환경적이면서 질적으로 우수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만이 경쟁우위를 누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