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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0-10-26 오후 16:58:44

◇ 환자 권리 보장 위해 의료인-환자 소통 중요
◇ 병원에 들어서면 환자는 약자로 전락
◇ 의료분야의 소비자 권리 척박한 현실

　현대 사회에서 `고객 중심'이라는 말처럼 각광을 받은 말도 없을 것이다. 구매력을 가진 고객이야말로 소비의 주체이고 대접받아야 할 고객이 되고 있다.

　의료는 어떤가. 병원에서도 `고객 중심'이나 `환자권리장전'이 멋지게 붙어있지만, 환자는 고객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돈이 있든 없든, 지위가 있든 없든, 학벌이 있든 없든 무조건 환자는 약자이다. 소비자의 권리가 가장 확대되어 있는 현대 소비사회에서 유독 의료분야만큼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환자 권리'는 아직도 생소하고 환자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나 정책은 미비하다.

　국민은 모든 의료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환자가 있기에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이 일할 수 있고 병원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환자는 의사에 종속되는 관계가 되어 버린다. 모든 의료체계와 운영이 병원 중심으로, 의료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질병을 가진 신체로 취급받으며 비용지불자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 환자와 시민의 의식이 변하고 있다. 환자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가 생겨나고 있으며, 환자의 권리의식도 확산되고 있다. 오히려 병원이나 의료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역행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진료비용 확인 제도를 이용하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대학병원의 민원인 중 26%가 취하했으며 이들 중 86%가 병원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국정감사 자료). 대학병원들이 민원인에게 취하를 종용하고 있으며 민원인 블랙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는 등 진료비 확인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환자 권리는 인간의 기본권에 속한다. 모든 사람이 자아를 실현하며 인간답게 살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권리가 바로 건강권이다. 건강권은 누구에게나 보장되고 어떠한 이유로도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가치에서 출발한다.

　보건의료서비스는 모든 환자가 쉽게 접근해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질적으로 우수해야 한다. `인권을 보장하는 보건의료'를 추구해 사회적 소외계층도 차별 없이 보건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보건의료에서 환자는 `병이 든 신체'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 사회를 살아가는 인격체로서 존중돼야 한다. 모든 환자는 최선의 치료와 질병을 예방할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러한 권리가 보장되려면 모든 의료기관은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충분한 시설, 인력,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환자에 대한 인격적인 대우와 존중, 최선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가 바로 의료인력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시설과 장비에서는 최첨단을 달리며 과잉 공급되어 있는 반면, 의료인력은 부족한 현실이다. 장비와 기계는 쉴 새 없이 돌아가는데, 정작 환자는 의료인을 만나기가 어렵다. 외래에서 3분 진료는 여전하며 입원을 해서도 담당의사를 만나는 것은 하루 중 단 몇 분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환자에 대한 존중과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모든 환자는 자기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갖는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 일상생활 복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환자 스스로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환자에게 의료적 개입 이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환자는 의료적 처치를 거부하거나 멈출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환자는 자신의 상태에 대한 의학적 사실을 포함하여 건강상태에 대한 정보, 의학적 치료방법들과 각 방법이 가지고 있는 위험과 편익, 그리고 대안적 치료방법과 치료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결과, 예후와 관련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환자는 의료기관으로부터 진단과 치료과정, 치료방법, 치료비 등에 관한 내용을 문서로 요구하거나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환자의 알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선택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의료인과 환자 간의 소통 또한 중요하다. 의료인이 환자에게 설명을 했지만 환자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수직적인 관계에서 소통은 불통이다. 의료인과 환자 간에 상호 신뢰와 존중이 전제돼야 소통이 가능하다. 일방성의 한계를 넘어서 소통의 관계가 될 때라야 설명의 의무, 정보의 제공, 동의된 선택 등 환자 권리가 비로소 보장될 것이다.

　이러한 환자 권리는 의료의 공공성과 관련이 높다. 보건의료가 영리를 목적으로 고귀한 생명과 건강을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환자 권리는 무시되고 불평등과 차별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공적인 건강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의료 제공은 그 어느 나라 보다 민간부문의 역할이 크고 상업화돼 있다. 의료의 공공성이 회복되지 않고는 환자 권리 보장이 확대되기 어렵다.

　의료인과 환자 관계는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고 함께 질병을 극복해 나가는 상생의 관계이다. 상업화로 단절된 의료인과 환자의 관계를 인간적 소통으로 다시 연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의료인이 환자 입장에 서서 선의의 대리인 역할을 회복할 때 환자도, 의료인도 승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