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 초청해 게임 등 즐기며 추억 만들어
◇초대받은 한국 여성들은 새로운 문화 체험
◇간호학생들에게 일본 유람 기회도 주어져
`간호역사뿌리찾기'는 매월 넷째 주에 발행되는 간호사신문에 연재된다.
이 글에서는 간호사 명칭을 근대에서 활동했던 당시 그들을 명명했던 간호원이라 통일해 서술했다.
보구여관 간호원양성소 학생들은 6년간의 과정을 거쳐야 졸업할 수 있었다.
6년 과정에는 간호이론과 실습 이외에도 당시 교육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던 여성들을 위해 한글과 수학 등의 기초적인 지식을 교수하는 시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따라서 학생들의 선수학습의 정도에 따라 교육연한이 조정됐다.
간호학생들은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초기의 간호교육은 12시간(2교대) 체제로 운영됐다.
간호학생의 일과는 아침 7시, 밤 근무 간호원들로부터 `야간 보고서'를 건네받는 것으로 시작해 병원의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했다. 오후 5시에 밤 근무 간호원을 위한 보고서 등을 준비하면 10시간 동안의 낮 근무는 끝이 난다.
만약 강의가 공고되면, 간호학생들은 준비를 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출석해야 했다. 이들은 강의와 잠자는 시간(전등은 10시에 소등된다) 사이에 쉴 시간이 거의 없었고, 만약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취침시간에도 이에 적절하게 대처해야 했다.
이런 바쁜 일정 속에서 간호학생들은 3개월에 한 번 씩 돌아오는 환영회(reception)를 손꼽아 기다렸다.
간호학생들이 저마다 4장의 초대장을 써서 간호원양성소 감독에게 보내면, 감독은 초대장을 적절한 시간에 병원의 문지기를 통해 전달했다.
간호학생들은 초대한 지인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고, 지인들 역시 간호학생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만약 저녁 7시 30분으로 시간이 정해지면, 간호학생의 지인들은 늘 6시 30분부터 오기 시작했다.
간호학생들은 부지런히 간호학생 유니폼 대신 한복으로 갈아입고 그들의 지인들을 맞이했다.
간호원양성소 감독은 간호학생들이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프로그램을 준비해 활기찬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이화학당 소녀와 간호원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노래, 성서 읽기, 게임 등을 했다. 눈을 가리고 하는 술래잡기 게임(Blind Man's Buff)은 참가자들을 흥분시켰고, 상품으로 태피(taffy, 설탕·버터·땅콩을 넣어 만든 캔디)가 준비돼 있었다.
한 번은 간호학생들이 배를 타고 일본을 여행한 내용을 흥미롭게 전달했다. 1906년 가을, 간호원양성소 감독인 에드먼즈(M.J.Edmunds)는 일본으로 유람을 갈 때 간호학생 2명을 데리고 갔다. 그들은 일본 나가사키, 고쿠라, 오메라 등에 있는 여병원(女病院)과 맹인학교를 탐방했다.
여염집 여성들이 집밖에도 자유로이 다닐 수 없었던 시기에 일본으로의 유람은 그야말로 두렵고 흥분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2명의 간호학생들은 말이 통하지 않았던 일본의 가게들, 병원 등지에서 주로 몸짓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말했던 경험 등을 전하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세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하룻밤 동안의 지인 초청 환영회는 간호학생들에게 무거운 일과로부터 벗어나고, 자신의 친한 벗들과 허심탄회하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임에 초대받아 함께 한 한국 여성들은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하룻밤의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의 웃음소리와 행복한 얼굴들, 그리고 흥분된 열기가 100여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 간호학생들은 이런 오락시간을 통해 힘든 시간을 이겨나가며 한국 간호역사를 써 나가고 있었다.
＊대한간호협회 간호역사뿌리찾기팀 이 방 원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