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상황에서 간호사들 뛰어난 능력·열정 발휘
`간호역사뿌리찾기'는 매월 넷째 주에 발행되는 간호사신문에 연재된다.
이 글에서는 간호사 명칭을 근대에서 활동했던 당시 그들을 명명했던 간호원이라 통일해 서술했다.
- 헤이그 밀사사건 이후 군대해산 공포
- 한국 - 일본 군인 전투 벌어져 부상자 속출
- 여성이 남성을 간호하는 것 꺼리던 시대
- 관습 뛰어 넘어 전문인 간호사 역할 보여줘
1907년 고종은 을사조약의 무효와 일제의 야욕을 전 세계에 폭로하여 국권을 지키고자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를 파견했다. 이를 알게 된 일제는 한국을 강제 병합하기 위한 정책에 박차를 가하며 고종을 폐위시키고 8월 1일 `군대해산'을 공포했다.
`군대해산'으로 야기된 한국군인과 일본군인의 전투로 군인들뿐 아니라 일반인 사상자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시내 도처에 쓰러져 있었지만, 상황이 워낙 험악하여 어느 누구도 이들을 구하고자 나서지 못했다. 이를 차마 보지 못한 선교사들은 화약 냄새가 사라지지 않은 전장을 순회하며 시체를 수습하였고, 부상자는 치료를 위해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심하게 부상을 당한 군인들은 복도에서 수술실로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며 개조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수술실에서는 닥터 에비슨(Avison)이 한국 의사, 몇몇 의학생, 네다섯 명의 훈련된 한국인 간호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신속하게 수술을 집도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구급활동을 한 `네다섯 명의 훈련된 한국인 간호원'은 커틀러(Cutler, 보구여관 담당여의사)와 에드먼즈(Edmunds, 보구여관 간호원양성소 감독)가 데려온 보구여관 간호원양성소의 2명과 세브란스 간호원양성소의 2∼3명이었다.
보구여관 간호원양성소에서는 이미 1906년 1월 25일과 1907년 1월 30일 두 차례에 걸쳐 가관식을 거행한 상태였다. 세브란스 간호원양성소도 1906년 9월 개교하여 간호교육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인 간호원들이 단정한 유니폼을 입고 구급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많은 목격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하나는 젊은 여성들이 부상당한 군인들을 간호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당시 한국 사회의 관습과 전통상 가족들 간의 특수한 관계를 제외하고는 한국인 여성은 남성을 함부로 간호할 수 없었다.
다른 하나는 응급상황에서 대처하는 간호원들의 뛰어난 능력과 지칠 줄 모르는 열정 때문이었다. 이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선교사들은 훌륭한 간호교육과 기독교적 가르침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약 20년이 지난 후 `동아일보'는 당시의 상황을 정리하며 간호원들이 `몸을 버리고 구호에 활동한 것은 그 당시 온 천하가 감읍한 바 였다'고 서술했다.
`군대해산'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 간호원들의 구급활동은 한국 간호사(看護史)에 있어 일대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할만하다. 간호원 양성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것은 간호학생들이 남자 환자의 간호를 기피한다는 것이었다. 의료선교사들은 이러한 한국의 전통이 기독교적 정신에 의해 변화될 것이라 기대하였는데 `군대해산'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 인하여 순식간에 해결됐다.
또한 한국인 간호원은 `군대해산'으로 부상당한 환자를 구급하는 한국 역사 정면에 그 모습을 드러냈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간호원이 `헌신적인 전문인'이라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됐다.
대한간호협회 간호역사뿌리찾기팀 이 방 원 박사
＊자료출처
●동아일보(1926년 12월 14일 2면)
●The Korea Mission Field
●The American Journal of Nurs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