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싱 in 시네마-진정한 가족으로 다시 태어나기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교수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6-04 오전 09:59:46

전통적 한국사회는 개인보다는 가족을 우선으로 해왔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에게 요구된 인내와 희생의 암묵적 규범으로 가정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이혼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되어 이혼과 재혼은 가족 해체와 재구성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이혼율 증가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은 이혼이 부부문제를 해결하고 불편한 부부관계를 해소하는 최선의 방책이라 하더라도 이혼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야기되기 때문이다.
부부의 사랑이 식어진 것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낯선 사람이 새로운 부모가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혼과 재혼은 가족 전체의 문제로 파급되며, 특히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스텝맘(stepmom)은 계모(繼母)라는 뜻이다. 어머니의 자리를 계승한다는 의미는 영어식 표현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야기 속 계모는 못생기거나 사악한 마녀에 비유된다. 마치 계모가 가족 해체의 주범인 듯한 설정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영화 〈스텝맘〉의 더없이 세련되고 능력 있는 광고사진작가 이자벨이 어머니가 되기 위한 단계 단계는 참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녀는 충실한 가족이 되려고 애쓰지만 자녀 양육에 집착하는 전처 재키와 그녀의 딸 애나는 이자벨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나타내며, 이에 대해 남편 루크는 소극적이기만 하다.
이자벨은 애나에게 “날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하고, 재키에게 “아이들의 엄마가 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을 도우려 노력한다”고 고백한다. 재키가 악성림프종으로 죽음을 눈앞에 두지 않았다면 재키, 애나, 벤과 이자벨의 화해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안정되고 화목한 가정은 모든 부모와 모든 아이들의 바람이다. 그러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두 어머니가 아이들의 과거와 미래를 나누어 갖게 되더라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스템맘〉에서처럼 가족의 정의를 새롭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