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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5-21 오전 10:05:40

　갑자기 떠난 옛 사랑에 대한 그리움으로 현재와는 벽을 쌓아둔 채 살아가는 남자 동현(한석규), 친구의 애인을 짝사랑하며 혼자만의 감정 속에 숨어사는 여자 수현(전도연)은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 우연히 `접속'한 이후로 대답 없는 사랑에 가슴앓이 한다는 동질감을 느끼면서 PC통신을 통해 서로에게 충실한 조언자가 된다. 그리고 PC통신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오히려 더 개방적이고 진정한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본 적은 없지만 어떤 사람인지 다 알 것 같은” 특별한 관계가 된다.

　영화 〈접속〉은 컴퓨터 때문에 인간과 대화에 관한 선한 믿음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고 우려되었던 1990년대 말에 개봉돼 화제를 일으켰다. 특히 수현이 앓고 있던 `안구건조증'이 마치 21세기 외로운 젊은이들의 무미건조한 모습을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인식되면서 약국마다 인공눈물이 유행처럼 팔려나가기도 했다. 안구건조증은 영화의 소재가 될 만큼 낭만적인 병은 아니다. 봄이나 가을의 건조한 공기와 황사, 꽃가루 등 계절적인 요인과 노안에 의해 눈물이 없어서 울 수도 없고 계속 인공눈물을 넣어주어야 생활할 수 있는 수현처럼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동현과 수현이 통신 공간 밖에서의 만남이 이뤄지리라는 것은 애초부터 예상된 것이었지만, 비 내리는 극장 앞의 엔딩 장면은 안구건조증 조차 나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감동적인 해갈을 주었다. 〈접속〉은 결국 매체 여부가 아니라 의사소통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는 자들의 의지라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환자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21세기 간호사라면 인정도 눈물도 없는 까칠한 성격 때문에 접근하기 힘든 환자들에게도 충실한 조언자로서 접속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소통 창구를 찾기 위한 시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다.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