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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 오진아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7-10-10 오전 10:48:24

　죽음은 생의 끝이 아니라 단지 생의 일부일 뿐이며, 죽음은 마치 빛바랜 사진 속의 추억, 책상 서랍에서 발견한 철 지난 크리스마스카드와도 같다.

　변두리 동네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는 주인공 정원(한석규)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조급해하는 법이 없다. 고통스러운 투병과정이나 이루지 못할 사랑에 대한 몸부림도 없이 가족과 친구들과의 이별을 차분하게 준비한다. 그래서 불현듯 찾아온 다림(심은하)과의 사랑은 더욱 안타깝다.

　그러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면서 끝내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고 늘 따뜻한 미소로 일관한 남자와 천진한 웃음과 귀여운 투정으로 마지막 사랑이 되어준 여자와의 러브스토리만을 기억했다가는 영화 곳곳에 숨겨진 감동을 무심히 지나쳐버릴 수도 있다.

　혼자 남겨질 아버지를 위해 비디오 켜는 법과 인화기 사용방법을 꼼꼼하게 메모해두는 아들, 밤새 숨죽여 우는 아들 뒤에서 눈물을 삭히는 아버지, 응급차에 실려 나가는 아들을 보며 담벼락에 기대어 흔들림을 감추는 아버지, 자신의 영정사진을 아버지에게 부탁하지 않고 스스로 찍으며 미소를 지어보이는 아들, 아들의 유품 속에서 발견한 한 여자의 사진을 사진관 앞에 내걸어 둔 아버지, 그리고 기꺼이 오빠의 병상을 지키는 여동생, 일상처럼 마지막 여행을 준비해준 친구들, 노모가 서운하지 않도록 가족기념촬영 행사처럼 영정사진을 준비하는 손님들, 더 고운 모습의 영정사진을 남기고파 밤늦게 다시 찾아온 할머니…

　이처럼 〈8월의 크리스마스〉에는 말없는 슬픔 속에서 효성과 자애를 보여준 아들과 아버지, 그리고 담담하고 넉넉하게 죽음을 맞이한 이웃들의 모습도 있었던 것이다. 먼저 갈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을 위한 이들의 마지막 배려가 가슴 뭉클하다.

　가을이다. 8월도 크리스마스도 아닌 이 가을은 누군가를 추억하기에 참 좋은 계절인 것 같다.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