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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7-09-05 오전 10:53:45

　필자는 한 달 전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 절상을 입었고, 신경문합술을 시술받은 후에야 안전사고 예방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무더웠던 8월을 보내는 동안 함께 했던 영화가 있다.

　1993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과 1994년 아카데미 영화제 `각본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피아노〉가 그것이다.

　피아노는 늘 창백한 얼굴에 검은 색 빅토리아풍의 드레스를 입은 에이다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유일한 소통수단이었다. 피아노는 에이다의 꽉 조여진 코르셋마냥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침묵과 흑백 세상을 원색으로 바뀌게 해준 매개였고, 바다 깊이 던져졌을 땐 에이다를 거듭나도록 해 준 도구였다.

　그래서 〈피아노〉는 페미니즘 영화로 알려져 있지만 거기에도 많은 질병 코드가 숨겨져 있다. 9살짜리 딸을 둔 미혼모이자 6살 이후로 말을 잃은 에이다는 자폐적 성향을 지닌 실어증 환자이다. 그리고 에이다의 정략결혼 배우자 스튜어트는 아내의 밀회를 훔쳐보는 관음증을 보이고, 아내를 가둬놓은 후로는 성적불능자가 된다.

　하지만 아내에 대한 질투와 분노로 손가락을 잘라버렸던 스튜어트는 가슴으로 말하는 에이다의 이야기를 듣고 결국 에이다를 베인즈에게 보내준다. 그리고 에이다와 그녀의 피아노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베인즈는 에이다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 그녀가 실어증을 극복하고 말을 배우고 다시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하였다.

　누구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철저하게 이해하고 감싸줄 사랑이 필요하고, 진심으로 내면의 소리를 들어줄 힘도 필요하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자신만의 열정도 필요하다.

　베인즈와 함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오른쪽 두 번째 금속 손가락으로 탁탁 소리를 내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에이다를 떠올리며, 스플린트로 손가락을 고정하고도 키보드 두드리기를 그만둘 수 없는 나의 일이 있음에 감사한다.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