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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7-06-07 오전 09:51:34

　영화 〈진주만〉은 너무도 어정쩡한 스토리에 전쟁영화의 엄숙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신파적인 멜로가 뒤섞여 있어 혹평을 받은 블록버스터다. 주의 깊게 보았던 야전병원에서의 간호사들조차 하와이에 온 이유는 오로지 검게 그을린 건장한 군인들을 만나기 위함이었던 듯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일본군의 공습이 시작되자 간호장교 에블린이 혼란스럽고 군수품마저 모자라는 상황에서 자신의 스타킹까지 벗어 응급처치를 하거나, 목 부상을 당한 환자의 동맥을 손가락으로 막고서 당황한 군의관이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등 민첩하고 노련하게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레이프를 위해 불합격이었던 시력검사에서 통과시켜 주거나, 레이프가 에블린을 한 번 더 보기 위해 동료의 주사를 대신 맞는 장면에서는 정확한 기록과 보고에 대한 간호사의 의무와 환자와 차트 확인 시 좀 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음에 대한 질책을 면하지 못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에블린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부상자로 인해 병원이 포화상태가 되자 살 수 있는 자만 표시해 병원으로 들이기 위해 립스틱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호사는 풍부한 전문적 지식과 냉철한 판단력이 필요하며 삶의 생존여부를 다루는 막중한 책임감을 이겨내야 함도 새삼 깨닫게 된다.

　6월은 아름다운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비장함과 숙연함이 느껴진다. 이는 한국전쟁과 같은 역사적 사건을 겪은 우리나라 국민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일까? 크리미아전쟁에 뛰어들어 램프 하나를 들고 야전병원을 순찰하던 나이팅게일의 모습을 상상하던 우리는 자신의 감정과 싸워가며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부상병이 죽어가는 마지막까지도 그들에게 편안함과 안정을 줘야 하는 것이 바로 전쟁터의 꽃인 간호사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오진아(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