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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7-03-14 오전 10:37:39

　색을 잃은 계절에 가슴이 떨릴 수 있을까? 암흑 속에 숨은 일상의 풍경 속에서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계절이 바뀌어도 무채색 언어로만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더 이상의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맹인 퇴역장교 프랭크 슬레드는 가족들에게 말도 하지 않고 훌쩍 뉴욕으로 떠난다. 그리고 프랭크를 돌보게 된 찰리는 그의 엉뚱한 동반자가 된다. 프랭크의 홀연한 여행의 목적이 자살인 것도 모른 채.

　궂은 날을 견뎌온 프랭크는 그동안의 설움을 호화로운 호텔에서의 만찬과 고급스러운 술, 그리고 여자와의 하루로 화려하게 대치하고 인생을 마감하려고 한다. 장교복으로 갈아입고 권총을 꺼내 든 프랭크를 목격한 찰리. 고르고 고른 숨을 모아 소리친다.

　“당신에게 남은 인생이 있잖아요!” “인생? 무슨 인생? 나에게는 어둠뿐이란 말이야!” “하지만 당신처럼 멋지게 탱고를 출 수 있고 스포츠카를 잘 모는 사람은 본 일이 없단 말이에요!”

　그리 쉽게 녹아버릴 프랭크는 아니었지만 성실하고 건강한 청년 찰리의 진심어린 만류에 자살을 포기한다.

　우리는 가끔 환자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한다. 고집과 괴팍한 성격이 외로움에서 기인한다는 것도, 거친 말투와 독설이 인간적인 사랑이 그리워서라는 것도. 그들은 쉽게 고쳐지지 않을 것 같은 자신의 장애와 질병으로 매일매일 죽음과 한판 승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시력을 잃고 수족을 잃고 장기를 잃어 삶의 의미를 상실해버리는 많은 환자들이 시적인 분위기와 철학적 면모는 갖추지 못했을지라도 누구나 진실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들의 남은 삶도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간호사의 몫이다. 그래서 간호사에겐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프랭크는 파릇파릇한 봄의 색깔을 볼 수는 없지만 봄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는 있다. 프랭크 슬레드의 유일한 기쁨이 `여인의 향기'였던 것처럼 아름다운 간호사의 향기를 봄의 향기와 함께 전해보자.

오진아( 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