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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간호학과] 오진아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6-07-06 오후 15:28:18

　스무살 자폐 청년의 마라톤 완주 과정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린 영화 〈말아톤〉은 스포츠 드라마가 갖는 불굴의 의지, 인간 승리의 신화와 같은 부담스러운 픽션을 배제하고 현존 인물이 세상과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었다. 또 지금까지 자폐증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갖게 된 `자폐아는 천재'라는 생각을 바꿔주었다.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열연한 레이먼드는 놀라운 기억력과 수리력을 가지고 있고, 〈카드로 만든 집〉의 여섯살짜리 샐리는 하룻밤에 수백장의 카드로 정교하게 집을 짓는다. 퍼즐잡지에 실린 국가안보국의 비밀코드 `머큐리'를 풀어내는 아이도 있다〈머큐리〉.

　그래서 초원이(조승우)를 지도하던 코치(이기영)도 초원이가 자폐증이란 사실을 듣고는 복잡한 계산을 물어보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실제로 자폐아의 20% 정도만이 지능지수가 70이상이고 대부분은 그 이하로 지능과 인지적 결손을 보인다. 지능지수가 낮을 경우 사회발달에서 더 심한 손상을 보이고 상동행동, 자해행동과 같은 일탈적인 반응을 더 많이 보이며 예후도 좋지 않다.

　자폐증은 다른 사람과 상호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정서적인 유대감도 일어나지 않는 증후군으로 `자신의 세계에 갇힌 상태'에서 지낸다고 해 1943년 미국의 카너 교수가 처음 이름을 붙였다. `순둥이'나 `좀 늦된 아이'가 언어발달이 지연되거나 엉뚱한 행동을 할 때는 자폐증을 의심해볼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더 이상 자폐증을 `자신의 세계'에만 가두어서는 안 되겠다. 〈말아톤〉을 계기로 자폐증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정책이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달리기를 한 다음에 콩닥콩닥 뛰는 심장의 느낌이 좋아 말아톤을 포기하지 않는 초원이처럼 무언가 이루고 싶은데 자꾸만 지치고 나약해져가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 한심해질 때 잠시 초원이의 백만불짜리 다리, 끝내주는 몸에 삶의 짐을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오 진 아(인제대 간호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