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간호문학상 시 당선작 "장마의 끝"
박 보 애 (부산메리놀병원 인공신장실)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6-01-05 오전 10:14:59
장마의 끝
장맛비로 한적한 오리농원가든
열어제낀 문지방 너머로 와르르 쏟아지는 웃음
마당가 뿌옇게 사열하고 섰는 나무들
여자들의 괴성에 화들짝 놀라
가지마다 머금었던 물방울 툭툭 떨구어낸다
목울대 따라 벌렁대는 가슴
애터지게 살아온 나날들
품어 산 눅눅한 생애들이
슬근슬근 저를 품어 놓은 자리
아흐흐흐
주저없이 삼킨 한 잔 술로
시한폭탄 재듯 쟁여온 가슴 와르르 내려앉고
덥썩 깨문 풋고추에 더운 눈물 흐른다
까르르르
또 한바탕 괴찮은 웃음 쏟아내고
순해지는 마음들
풀과 나무, 온세상에 번져 있던 눈물자국들을
환하게 걷어낼 투명한 반짝임이
포플러 잎새를 흔들며 막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