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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속 간호사 캐릭터 4가지 유형
조혜경씨 석사논문
[편집국] 박미경 mkpark@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04-21 오전 08:52:44
현실을 반영하는 소설 속에서 간호사는 어떤 인물로 그려지고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있을까. 시대마다 차이는 없을까.
이같은 물음에 답이 될 만한 연구결과가 조혜경 간호사의 석사논문(순천향대 간호학과 대학원) `한국 현대소설에 나타난 간호사의 정체성 분석'에서 나왔다.
논문은 간호사가 등장하는 국내 현대소설 10편을 분석대상으로 삼아 간호사의 정체성 구현유형을 독립의지, 의존의지, 대결의지, 초월의지 등 4가지로 분류하고, 각 유형의 주요특성과 시대적 차이점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 독립의지구현형
`천맥'(최정희, 1941년) `광장'(최인훈, 1960년) `불쌍한 꼬마 한스'(백민석, 1998년)에 등장하는 간호사가 이 유형에 속한다.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강한 신념의 소유자로 그려진다.
`천맥'의 `연이'는 개인의 연정을 고아들을 돌보는 일로 치환하면서 모성애를 실현하고 간호의 새로운 역할을 개발하는 인물이며, `광장'에서 간호병을 자원해 전쟁터에 뛰어든 `은혜'는 자신이 처한 현실의 역경을 극복하고 의지를 관철시킨다. `불쌍한 꼬마 한스'에서 희망을 찾으러 미국 취업이민을 떠나는 `선애'도 타인에게 의존치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고 의지를 실현하는 캐릭터다.
◇ 의존의지구현형
`사랑'(이광수, 1939년) `이바나'(배수아, 2002년)에 나오는 간호사가 여기 해당한다. 간호직을 통해 개인의 사랑을 승화시키며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인내하는 삶을 산다.
`사랑'에서 `석순옥'은 아름답고 친절하며 모범적인 간호사이긴 하지만, 정서적으로 한 남자에 의존해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해간다. `이바나'의 `산나'는 간호직에 대한 자긍심도 없고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도 않으면서 남자와의 결혼에 모든 것을 의지한다.
◇ 대결의지구현형
`퇴원'(이청준, 1965년)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이제하, 1985년) `겨울 손'(서성란, 2004년)에서의 간호사들. 현실에 대항하고 환자옹호자의 면모를 보이며 불굴의 용기로 살아간다.
`퇴원'에서 간호사 `미스 윤'은 환자를 질병중심으로만 보는 의사 `준'과는 달리 환자중심의 적극적인 간호를 펼치는 점이 돋보인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의 간호사 `미세스 최'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며 부조리한 현실에 당당히 저항하는 인물로, `겨울 손'에서 `정하'는 사직이나 임신기피 등 부정적인 방법일지언정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 초월의지구현형
`꽃바람'(원재길, 2004년) `비소 여인'(정미경, 2004년)에 등장하는 간호사들은 부조리와 모순을 초월하는 인물들이며, 관망하는 자세로 삶이 표현되고 있다.
불합리한 현실과 모순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결국엔 자기 존재를 포기하거나(`꽃바람'의 `여자'), 세상을 냉소하며 타인의 삶을 부정적인 방법으로 수용하는(`비소 여인'의 `윤') 모습으로 정체성을 찾는다.
논문에 따르면 소설 속 간호사의 정체성 획득과정은 작품이 쓰여진 시대의 사회상 및 간호역사와 연관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 직후의 작품인 `광장'에서는 간호사가 영웅처럼 그려져 있고, 1985년작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의 경우 핵가족화 및 노령화 추세를 반영해 가정간호사의 역할이 소개된다. 해방이후부터 1980년대까지의 작품들에선 간호사의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성향이 두드러졌는데, 오히려 간호가 발달된 2000년대에 가까워지면서 간호사 캐릭터가 소극적, 개인적, 이기적인 경향을 띄었다.
작가가 갖고 있는 간호사에 대한 인식과 지식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발견됐다. 간호사 호칭을 `간호원'과 혼용해 쓰거나 `미스'로 부르는 것, 간호조무사와의 차이에 대한 인식부족 등이 대표적인 예로 지적됐다.
조혜경 간호사는 "문학작품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볼 때 작가의 간호사에 대한 인식과 지식 정도에 관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소설 이외의 다른 대중매체를 통한 간호사의 정체성 확립과정에 대한 연구, 최근작들에서 전통적인 간호사 이미지가 해체되는 현상에 관한 연구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미경 기자 mkpark@koreanurse.or.kr
이같은 물음에 답이 될 만한 연구결과가 조혜경 간호사의 석사논문(순천향대 간호학과 대학원) `한국 현대소설에 나타난 간호사의 정체성 분석'에서 나왔다.
논문은 간호사가 등장하는 국내 현대소설 10편을 분석대상으로 삼아 간호사의 정체성 구현유형을 독립의지, 의존의지, 대결의지, 초월의지 등 4가지로 분류하고, 각 유형의 주요특성과 시대적 차이점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 독립의지구현형
`천맥'(최정희, 1941년) `광장'(최인훈, 1960년) `불쌍한 꼬마 한스'(백민석, 1998년)에 등장하는 간호사가 이 유형에 속한다.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강한 신념의 소유자로 그려진다.
`천맥'의 `연이'는 개인의 연정을 고아들을 돌보는 일로 치환하면서 모성애를 실현하고 간호의 새로운 역할을 개발하는 인물이며, `광장'에서 간호병을 자원해 전쟁터에 뛰어든 `은혜'는 자신이 처한 현실의 역경을 극복하고 의지를 관철시킨다. `불쌍한 꼬마 한스'에서 희망을 찾으러 미국 취업이민을 떠나는 `선애'도 타인에게 의존치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현실의 고통을 극복하고 의지를 실현하는 캐릭터다.
◇ 의존의지구현형
`사랑'(이광수, 1939년) `이바나'(배수아, 2002년)에 나오는 간호사가 여기 해당한다. 간호직을 통해 개인의 사랑을 승화시키며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인내하는 삶을 산다.
`사랑'에서 `석순옥'은 아름답고 친절하며 모범적인 간호사이긴 하지만, 정서적으로 한 남자에 의존해 자신의 정체성을 획득해간다. `이바나'의 `산나'는 간호직에 대한 자긍심도 없고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지도 않으면서 남자와의 결혼에 모든 것을 의지한다.
◇ 대결의지구현형
`퇴원'(이청준, 1965년)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이제하, 1985년) `겨울 손'(서성란, 2004년)에서의 간호사들. 현실에 대항하고 환자옹호자의 면모를 보이며 불굴의 용기로 살아간다.
`퇴원'에서 간호사 `미스 윤'은 환자를 질병중심으로만 보는 의사 `준'과는 달리 환자중심의 적극적인 간호를 펼치는 점이 돋보인다.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의 간호사 `미세스 최'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며 부조리한 현실에 당당히 저항하는 인물로, `겨울 손'에서 `정하'는 사직이나 임신기피 등 부정적인 방법일지언정 감당하기 힘든 상황을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 초월의지구현형
`꽃바람'(원재길, 2004년) `비소 여인'(정미경, 2004년)에 등장하는 간호사들은 부조리와 모순을 초월하는 인물들이며, 관망하는 자세로 삶이 표현되고 있다.
불합리한 현실과 모순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결국엔 자기 존재를 포기하거나(`꽃바람'의 `여자'), 세상을 냉소하며 타인의 삶을 부정적인 방법으로 수용하는(`비소 여인'의 `윤') 모습으로 정체성을 찾는다.
논문에 따르면 소설 속 간호사의 정체성 획득과정은 작품이 쓰여진 시대의 사회상 및 간호역사와 연관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 직후의 작품인 `광장'에서는 간호사가 영웅처럼 그려져 있고, 1985년작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의 경우 핵가족화 및 노령화 추세를 반영해 가정간호사의 역할이 소개된다. 해방이후부터 1980년대까지의 작품들에선 간호사의 진취적이고 발전적인 성향이 두드러졌는데, 오히려 간호가 발달된 2000년대에 가까워지면서 간호사 캐릭터가 소극적, 개인적, 이기적인 경향을 띄었다.
작가가 갖고 있는 간호사에 대한 인식과 지식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발견됐다. 간호사 호칭을 `간호원'과 혼용해 쓰거나 `미스'로 부르는 것, 간호조무사와의 차이에 대한 인식부족 등이 대표적인 예로 지적됐다.
조혜경 간호사는 "문학작품이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볼 때 작가의 간호사에 대한 인식과 지식 정도에 관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소설 이외의 다른 대중매체를 통한 간호사의 정체성 확립과정에 대한 연구, 최근작들에서 전통적인 간호사 이미지가 해체되는 현상에 관한 연구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미경 기자 mkpark@koreanurse.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