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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아산병원] 천은자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2-12-31 오후 12:50:55

- 천 은 자

海霧에 가려 있던 수평선
오늘 누군가 새파란 칼날처럼 다려 놓았다.
비누방울 같은 바퀴를 굴리며
자전거 두 대가 나란히 오후의 수평선을
타고 지나간다
비누방울 굴리는 고기의
입질을 본 것도 같다
U턴 지점을 지나치고 있을 즈음


◈ 당선소감·시

　기다리던 첫눈이 내렸지요. 영동 산간지방들은 다시 섬처럼 눈 위로 떠오르고, 당신들이 살고 있는 곳의 동쪽 바닷가에는, 조간신문이 도착하지 않았지요.
　폭설이 되어버린 첫눈처럼 당선 소식은, 제게 처음엔 반갑고 즐거운 일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괴로움으로 변해갑니다. 첫눈처럼 가볍고 즐겁게 혼자 쓰던 시간이 지나면, 눈을 치우는 작업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당신들과의 소통을 모색하는 기나긴 시간들이.
　저는 아직 가자미 식해의 맛을 잘 모릅니다. 이 곳 강릉 바닷가에서 살기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났건만, 이 음식의 곰삭은 맛을 잘 즐기지 못합니다.잘 익은 시를 읽는 즐거움, 잘 익은 시를 쓰고 싶은 욕망.
　오늘 저녁 저는, 가자미 식해를 먹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10년이 더 지나면 알 수 있을까요? 곰삭은 시의 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