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임신중지 처벌 위헌 결정 이후 6년째 이어지고 있는 ‘입법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임신중지를 형벌의 영역에서 보건의료 체계 안으로 편입시켜 국가의 관리와 지원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은평갑, 사진)은 30일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종합적인 국가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대체 입법이 지연되면서, 현장에서는 극심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임신중지를 시술할 의료기관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이 42.3%에 달했다.
특히 관련 정보를 공식 경로가 아닌 인터넷 검색(44.8%)이나 지인(26.7%) 등 비공식적 경로에 의존하고 있어, 정확한 의료 정보 전달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용어 정의부터 새롭게 정립했다. 기존의 ‘인공임신중절수술’이라는 용어를 ‘인공임신중절’로 변경하고, 약물 투여를 포함한 포괄적인 의학적 방법을 인정했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진의 상세 설명 의무화를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절차 위반 시 형벌 대신 과태료를 부과함으로써 규제의 중심을 처벌에서 보건의료 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상담 지원 체계를 구축해 임신 유지 및 중지에 관한 사회적·경제적 고민을 실질적으로 돕는 한편, 가정폭력이나 학대 등의 특수 상황에 놓인 미성년자는 본인 의사만으로 결정이 가능하도록 예외 조항을 둬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했다.
박주민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임신중지를 더 이상 처벌 대상이 아닌 ‘보건의료 체계 내의 행위’로 규정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입법 공백이 길어지면서 당사자들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가 국민의 건강과 자기 결정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