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정원 등 국가 보건의료 정책을 심의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의 운영 방식을 전면 개편한다. 그간 지적돼 온 밀실 행정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회의록과 속기록을 일반에 공개하고, 민간 위원의 참여 비중을 높여 정책 결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정은경 장관 주재로 보정심을 개최하고, 위원회 운영세칙 개정안 및 2027학년도 이후 의사인력 양성 규모 심의 기준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투명성’과 ‘민간 대표성’의 확대다. 보정심은 앞으로 모든 회의의 회의록과 속기록을 차기 회의 보고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복지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의대 정원 확대 과정에서 제기된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정부 위원을 축소하는 대신 민간 위원을 확대해 국민과 의료계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꾼다. 매 분기 정기 회의 개최를 원칙으로 삼아 형식적인 운영에서 벗어나 보건의료 정책의 명실상부한 대표 회의체로서 위상을 재정립할 계획이다.
보정심은 2027학년도 이후의 의대 정원 결정을 위해 지역 및 필수 의료 공백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고령화와 기술 발전에 따른 미래 수요를 반영하며 의료 전달체계 개선과 같은 정책적 혁신을 병행한다는 5대 기준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의학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정 교육 여건을 고려해 증원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5년 이상의 중장기 정원을 미리 발표하고 5년마다 재검토함으로써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서 절차적 정합성과 실질적 논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어 “향후 위원회 운영에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듣고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전문가로 구성된 ‘수급추계위원회’의 과학적 분석 결과를 존중하되, 이번에 마련된 5대 기준을 바탕으로 2027년 이후의 의사 양성 규모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